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다. 논란이 됐던 한전과의 재통합은 무산되고 자율성이 더 확대되는 것이다. 또 원전 수출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본부가 한전에 새로 만들어진다.

지식경제부는 24일 전력산업 구조의 큰 틀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의 '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1년 한전으로부터 분할된 한수원과 남동 · 중부 · 서부 · 남부 · 동서발전 등 5개 화력발전회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전과 따로 떼어놓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더 나아가 발전자회사들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해 자율 · 책임경영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형 공기업이 되면 한전이 아닌 정부가 경영계약과 평가 주체가 된다. 한전의 영향력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말까지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의 업무 협력 범위 등을 명시한 지침도 고시로 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발전회사들의 비효율 요인도 없애기로 했다. 화력발전 5개사가 가진 6개 양수발전소를 한수원으로 넘기기로 했다. 양수발전소는 야간에 남아도는 전력을 이용해 저수지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서 발전하는 시설이다. 같은 부지에 있지만 운영 주체가 다른 신인천(남부발전)과 서인천(서부발전) 발전소도 통합하기로 했다. 제주지역 발전소는 스마트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감안해 분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발전회사들이 연료 운송이나 자재 구매 등에서 공조할 수 있게 통합관리본부도 만들 계획이다. 발전회사 사장단 회의도 정례화하도록 했다.

정부는 원전 수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전의 해외 사업 조직을 재편한 원전수출본부를 신설키로 했다. 이 본부는 해외원전개발처 아랍에미리트(UAE)사업단 등으로 구성되며 한전 부사장이 관할한다. 민 · 관 합동 원전수출협의회도 만들어 업무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제안한 전력 판매 경쟁 도입을 중 ·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처럼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인 상황에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대신 내년에 원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내후년에 사용 용도별 요금 체계를 전압별 체계로 바꾸는 전압별요금제를 각각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판매 경쟁 여건을 조성키로 했다.

이외에도 전력 공급량을 조절하고 매입하는 전력계통 운영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금처럼 전력거래소에 계속 맡기기로 했다.
지경부는 이번 방안이 2004년 6월 노무현 정부가 노사정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사실상 중단한 이후 처음으로 향후 방향을 확정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정책과제 실행 준비를 올해 안에 마치고 내년부터 실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연료비연동제나 전압별요금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무조건 전기요금이 오르지는 않는다"며 "전력 판매 경쟁도 국민 생활 여건 등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판단될 때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