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내년도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월 143만9413원으로 정해졌다.최저생계비는 국가가 정한 최저 소득 수준이다.소득(재산환산액 포함)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달리 부양할 가족도 없을 경우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된다.최저임금 등을 결정할 때도 최저생계비를 고려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위원장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는 24일 생활에 필요한 최저 생계비를 조사해 내년도 최저생계비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올해(136만3091원)에 비해 5.6% 인상됐다.이는 지난 5년간 최저생계비 인상률 평균치인 3.71%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두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과거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2008년 5.0%,2009년 4.8%,2010년 2.75% 등이었다.

의료·교육급여와 급식비,전기료 할인 등 현물급여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월 117만8496원(3.28% 인상)이다.차상위계층 기준선(4인가구 소득 최저생계비 120% 이하)은 월 172만3788원이다.

내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53만2583원,2인가구는 90만6830원,3인가구는 117만3121원,5인가구는 170만5704원,6인가구는 186만7435원으로 정해졌다.
◆휴대폰 통신비 반영
최저생계비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인상된다.다만 2005년부터 3년마다 한번씩국민의 실제 생활실태 수준을 조사해 최저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계측해 이를 반영하고 있다.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식료품비 등 11개 항목 360개 품목을 직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번 최저생계비 결정에는 포함 여부를 놓고 6년째 논란을 벌여 온 휴대폰 통신비가 처음으로 반영됐다.복지부는 또 문제집 수련회비 아동도서 등 아동 교육비를 기존의 2배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아울러 아동과 여성들이 입는 재킷과 바지 등의 내구연수를 기존 6~8년에서 2년으로 줄여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생계비 조사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차로 작년 9월부터 넉달간 전국 2만가구를 방문해 일반 국민의 생활실태를 면접조사했다.올해 1월부터는 2차로 340곳의 시장과 저소득층 장애인가구 노인가구 한부모가구 등 1407가구를 방문해 최저생활에 필요한 필수품과 수량,가격을 파악했다.
◆계산법·지급원칙 논란
이번 최저생계비 산정 과정에서 시민단체나 일부 학자들은 사회 평균소득(지출) 수준의 일정 비율로 산출하는 ‘상대적 빈곤선’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필수품의 가격을 조사해 바구니에 넣는(마켓바스켓) 방식으로 결정된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가 평균소득(올해 2분기 4인가구 경상소득 월 391만2239원)의 35%,평균지출의 40%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일본 등이 이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반면 미국 독일 등은 우리와 비슷하게 필수품 목록의 가격을 합산하는 방식을 활용해 최저생계비를 정한다.이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이같은 상대적 빈곤선의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일부 이뤄졌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현실화보다도 일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저생계비의 ‘보충급여 원칙’을 고치는 것이 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수급자들 중 상당수는 소득이 있는 만큼 급여가 삭감(공공근로는 예외)되기 때문에 공식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이는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수급자 중 미취업자 비율이 2001년 23.2%에서 2008년 35.5%로 증가한 것도 이들 중 상당수가 비공식 일자리를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며 “공공근로 외 일자리를 갖더라도 수급 혜택을 일부 유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탈(脫)수급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