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의 결혼' 무대, 한복입혀 마당놀이처럼 꾸몄죠
"무엇보다 오페라를 쉽게 설명하고 싶어요. 관객과 함께 경험한 것으로 작품의 본질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무대는 마당놀이 형태로 꾸미고 출연진에게는 한복을 입히지만 원작의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할 겁니다. "

내달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올리는 신예 연출가 정선영씨(38 · 사진)는 '한국적 소통'을 강조했다. 특이하게 연출해서 주목받으려고 하기보다는 관객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도록 익숙한 장치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가로의 결혼'의 백작과 마르첼리나는 각각 '춘향전'의 사또와 뺑덕어멈으로 비유해 표현한다. 정씨는 "출연진도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느꼈던 서양 오페라를 자기 일로 쉽게 받아들여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최근 주목받는 신예 여성 연출가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원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사랑의 묘약 1977''봄봄봄' 등에서 독특한 작품 해석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이한 자막 처리도 그의 특징이다. '사랑의 묘약'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 구름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자막을 넣었다. 보통 오페라 공연의 자막이 무대 위쪽 끝에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번에는 무대 바로 아래에서 자막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대학생오페라페스티벌'의 첫 공연이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매년 3개 대학이 오페라 작품을 선보인다. 정씨의 연출로 이화여대가 '피가로의 결혼', 9~11일에는 서울대의 '라 트라비아타',17~19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코지 판 투테'를 만날 수 있다.

정씨는 "대학생이 맡기 버거운 연출,교향악단 지휘 등은 기성 아티스트가 맡지만 출연진을 비롯해 중요 스태프는 전부 대학생"이라며 "학창시절에 이런 큰 무대를 경험하면 짧은 시간에 쑥쑥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