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활약할 후배 엔지니어 키우고 싶어요"
"어려웠던 시절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준 모교에 어떻게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졸업한 지 35년 만에야 장학회를 만든 것이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대표(54)는 25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많은 후배들이 해외 견문을 넓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엔지니어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5년 유한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동문 기업인으로는 처음 1억원의 기금으로 유한동문장학회를 설립했다. 장학금은 재학생들이 해외 탐방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데 쓰인다. 장학회는 지난해 처음 여름방학을 이용해 6명을 미국과 중국에 한 달여간 연수보낸 데 이어 올해도 여름방학 동안 미국과 중국에 14명을 글로벌 체험단으로 내보냈다.

이 대표는 "공고생들은 인문계 학생보다 해외 연수 경험이 적고 외국어 실력도 뒤처지는 면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유명 대학 등을 견학함으로써 스스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뜻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아 가난했지만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동문들의 지원을 받아 장학금 규모를 5억원까지 늘려 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해외 현장에서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한 창업 기업인이다. 기술하사관으로 6년간 군 복무를 한 뒤 1981년 수산무역에 입사,낮엔 외국산 건설기계를 판매하고 밤에는 공부한 끝에 뒤늦게 숭실대를 졸업했다.

이 대표가 직원 4명과 서울 구로동에서 회사를 세운 때는 1988년 7월.창업 1년여 만에 전량 수입해오던 암반 및 아스팔트 파쇄기인 유압브레이커,콘크리트 파쇄기인 유압크러셔,강철(두께 40㎝) 절단기인 초대형 고철 절단기 등을 잇따라 국산화하면서 수입산을 제압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 부스를 마련할 돈이 없어 카탈로그만 들고 해외 박람회를 찾아가 발품팔이 홍보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뚫은 해외 시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등 55개국에 이를 정도로 회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타타그룹 계열의 텔콘사와 거래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일본 독일 등 경쟁 업체를 제치고 2003년부터 유압 브레이커 시장 점유율 30% 이상으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수출 300억원을 포함해 총 400억원이다.

이 대표는 "모교인 유한공고에서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했더라면 엔지니어가 될 수 없었고 회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울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모교의 많은 후배들이 꿈을 가지고 글로벌 엔지니어로 성장하도록 장학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