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낯 뜨거운 '사과' 청문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검증 덜 된 후보로 냉소·불신 자초
법과 상식 지키는게 '사회적 합의'
법과 상식 지키는게 '사회적 합의'
서글프다. 서글프다 못해 자괴감이 밀려온다. 우리는 왜 아직도 이 모양인 걸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건만 국회가 보여주는 청문회 모습은 무엇 하나 바뀐 게 없다. 각료 후보자들의 얼굴만 교체됐을 뿐 국회의원들과 벌이는 공방의 내용은 마치 판에 박은 듯하다. 위장전입에서부터 병역 기피,부동산투기,탈세,논문 중복게재,위장취업 등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불법과 비리는 모두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채 출세와 축재(蓄財) 등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었던 사람들이란 인상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워낙 의혹이 많다 보니 위장전입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위기마저 나타난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장전입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상천외한 주장까지 내놓았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몰라도 자식 교육을 위한 것은 양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코미디다. 위장전입은 어떤 형태의 것이든 명백한 불법이다. 이로 인해 벌금 등의 처분을 받은 국민이 최근 10년간 5000명을 넘는다. 국민들은 불법으로 처벌하면서 장관 후보자라 해서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사회적 합의'란 바로 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각료 후보자들에 대해 "고르고 골라서 좋은 분들을 내놓았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의혹이 난무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은 사람들조차 이러하다면 지도층 사이에 불법과 비리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횡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그러니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만연해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내각 인선에 실패하면서 급전직하로 인기가 추락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죄송하다" "사과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로 각료 후보자들을 채운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서류 몇 가지만 뒤져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안들이 대부분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인사검증팀이 그런 간단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추천한 것이라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고,알고서도 추천했다면 낯 두꺼운 일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이나 실세 등을 챙기는 데 과도하게 신경을 쓴 나머지 판단을 그르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런 지나친 '우리 편' 챙기기 때문에 일부 후보자들은 자칫 큰 상처만 입고 남은 인생을 자탄(自嘆)과 후회로 보내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의 핵심에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과감히 발탁의 범위를 넓혔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재 풀을 넓히는 것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청문회는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들을 지도층으로 뽑고,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헝클어진 법질서와 도덕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전면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과 비리,상식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편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예외 없이 청문회 이전에 미리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더 엄격한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현행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절감한 때문일 게다.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 구체적이고도 철저한 검증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혹시라도 이번 발언이 고전을 겪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비켜가기 위한 임기응변적 수단에 그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그래야만 인사 청문회도 '비리 청문회''사과 청문회'가 아니라 후보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하는 정책 청문회로 바뀔 수 있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건만 국회가 보여주는 청문회 모습은 무엇 하나 바뀐 게 없다. 각료 후보자들의 얼굴만 교체됐을 뿐 국회의원들과 벌이는 공방의 내용은 마치 판에 박은 듯하다. 위장전입에서부터 병역 기피,부동산투기,탈세,논문 중복게재,위장취업 등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불법과 비리는 모두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채 출세와 축재(蓄財) 등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만 여념이 없었던 사람들이란 인상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워낙 의혹이 많다 보니 위장전입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위기마저 나타난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장전입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상천외한 주장까지 내놓았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몰라도 자식 교육을 위한 것은 양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코미디다. 위장전입은 어떤 형태의 것이든 명백한 불법이다. 이로 인해 벌금 등의 처분을 받은 국민이 최근 10년간 5000명을 넘는다. 국민들은 불법으로 처벌하면서 장관 후보자라 해서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사회적 합의'란 바로 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각료 후보자들에 대해 "고르고 골라서 좋은 분들을 내놓았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의혹이 난무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은 사람들조차 이러하다면 지도층 사이에 불법과 비리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횡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그러니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만연해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내각 인선에 실패하면서 급전직하로 인기가 추락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죄송하다" "사과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로 각료 후보자들을 채운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서류 몇 가지만 뒤져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안들이 대부분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인사검증팀이 그런 간단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추천한 것이라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고,알고서도 추천했다면 낯 두꺼운 일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이나 실세 등을 챙기는 데 과도하게 신경을 쓴 나머지 판단을 그르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런 지나친 '우리 편' 챙기기 때문에 일부 후보자들은 자칫 큰 상처만 입고 남은 인생을 자탄(自嘆)과 후회로 보내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의 핵심에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과감히 발탁의 범위를 넓혔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재 풀을 넓히는 것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청문회는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들을 지도층으로 뽑고,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헝클어진 법질서와 도덕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전면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과 비리,상식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편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예외 없이 청문회 이전에 미리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더 엄격한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현행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절감한 때문일 게다.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 구체적이고도 철저한 검증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혹시라도 이번 발언이 고전을 겪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비켜가기 위한 임기응변적 수단에 그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그래야만 인사 청문회도 '비리 청문회''사과 청문회'가 아니라 후보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하는 정책 청문회로 바뀔 수 있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