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던 김민석씨(가명 · 28)는 지난주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그는 로스쿨을 포기하고 행정고시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난 3학기 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깝지만 로스쿨에는 미래가 없어서 포기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로스쿨이 흔들리고 있다. 2009년 처음으로 시작한 3년 과정 중 절반이 끝난 상태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자퇴생이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대에서도 자퇴는 줄을 잇고 있다. 이유는 법률시장의 장기 불황 우려 때문이라는 게 자퇴생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로스쿨 1개가 없어지는 규모의 자퇴

25일 각 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5개 로스쿨 자퇴자 수는 104명으로 전체 정원의 약 5%에 해당한다. 총 결원 수로 따지면 25개 로스쿨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규모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중도 포기율이 2%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인 셈이다. 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 지방 소재 로스쿨의 경우 자퇴자가 학교별로 8~10명에 달했다. 한 지방 로스쿨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로스쿨로 가려는 지방 · 소규모 로스쿨 학생이 다수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대(5명),고려대(4명),연세대(5명) 등 상위권 로스쿨도 진로 등의 이유로 자퇴자가 발생했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변호사 시험 등 로스쿨 졸업생의 향후 진로를 위한 제반 사항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동요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학교는 대규모 미등록 사태를 겪었다. 지방은 최초 등록률이 50%에 못 미치는 대학들도 눈에 띄었다. 졸업 후 취직이 안될 것을 우려해 다른 명문대 로스쿨로 반수(半修)를 준비하는 로스쿨생도 늘고 있다. 올해는 심지어 연세대 로스쿨에서 1년을 마친 학생이 시험을 다시 봐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으로 입학한 사례도 있었다.

◆변호사 불황이 요인…한 달 1건 수임

로스쿨생의 동요는 변호사 시장이 갈수록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회원 변호사들의 월 평균 수임건수(소액사건 제외)는 2008년 1.37건,2009년 1.61건에서 올해(1~7월) 1.19건으로 떨어졌다. 한 달에 한 건 정도만 수임하는 셈이다. 개인 변호사가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월 수임건수가 3~4건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변호사가 한계 상황에 몰려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수료한 사법연수원생도 총 981명 가운데 현재까지 30명가량이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얼마 전 사내 변호사 1명을 뽑는 데 연수원생 300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한 학생(2년)은 "금융회사 근무 등 사회경력이 있거나 원어민 수준 외국어를 구사하는 일부 로스쿨생 빼고는 로펌 취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