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5개월 만에 악화됐다.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가계가 줄어들고 가계수입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물가에 대한 걱정은 2년여 만에 최고치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10으로 지난달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56개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우편조사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행됐으며 2119가구가 응답했다.

CSI는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가계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계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8월 CSI가 100을 웃도는 만큼 향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추세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쪽으로 꺾였다. 개별지수를 보면 현재생활형편 CSI(95)는 지난달과 같았지만 생활형편전망 CSI(101)는 전월 대비 4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수입전망 CSI(101)는 1포인트 하락한 반면 소비지출전망 CSI(112)는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출은 유지하겠지만 수입은 그대로인데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 커진 셈이다.

현재경기판단 CSI(104)와 향후경기전망 CSI(109) 역시 전월 대비 각각 3포인트와 6포인트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 CSI(108)는 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자산가격과 관련,주가는 오르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가치전망 CSI(103)는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지만 토지 · 임야가치전망 CSI(93)와 주택 · 상가가치전망 CSI(94)는 각각 5포인트와 4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물가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수준전망 CSI는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한 146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7월(160)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 전망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3.2%를 기록,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수준전망 CSI(136)는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한은이 물가가 우려된다는 견해를 지속적으로 표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소비자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5월부터는 경기회복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가상승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지난달에도 하반기 물가상승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