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높은 고신용층에 대한 신용대출을 늘린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은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가장 많이 늘린 금융회사는 대표적 서민금융회사인 지역 농 · 수협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였다.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은행이었다.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호금융회사와 은행이 저신용자를 앞장서 외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양극화

금융위원회가 25일 한국신용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비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8년 말 384조2000억원에서 2009년 말 현재 379조3000억원으로 4조9000억원(1.3%) 감소했다. 비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잡지 않은 대출로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금융회사들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신용대출 규모가 소폭 줄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전체적으론 대출이 줄었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대출은 늘었다. 신용등급 1~5등급인 사람들에 대한 대출은 256조3000억원에서 273조2000억원으로 16조9000억원(6.6%) 증가했다.

반면 신용등급 6~10등급인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127조8000억원에서 106조1000억원으로 21조7000억원(21.7%) 감소했다.

신용등급별로는 1등급이 40조2000억원에서 48조8000억원으로 21.4%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등급과 3등급에 대한 대출도 각각 13.6%와 8.5% 늘었다. 4등급도 2.0% 증가했다. 이와 달리 신용등급 5등급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5등급자에 대한 대출은 6.6% 감소했다. 6등급과 7등급인 사람들에 대한 대출도 각각 17.5%와 10.4% 줄었다. 8등급부터는 감소폭이 더 커졌다. 8등급이 16.3% 줄어든 것을 비롯 9등급과 10등급은 각각 19.7%와 22.3% 감소했다.

◆상호금융회사와 은행이 주도

고신용층에 대한 대출 늘리기와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줄이기는 상호금융회사와 은행이 주도했다. 신용등급 1~5등급인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상호금융회사가 8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은행 3조2000억원 △여신전문회사 2조6000억원 △저축은행 4000억원 △보험사 1000억원 순이었다.

6~10등급에 대한 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은행으로 1년 동안 10조원을 회수했다. 상호금융회사도 7조5000억원 줄였다. 여신전문회사도 3조4000억원을 감축했다. 보험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6000억원과 2000억원을 회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와 같은 서민금융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결국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서민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