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다시 불안하다.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이 늦어지는 데다 주택시장도 다시 얼어붙어 미 경제가 '더블 딥(경기 반짝 회복 후 재하강)'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진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일본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24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주택 관련 행사에서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위기가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커져 왔다"며 "9.5%인 실업률도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7.2% 감소한 383만채(연율 환산)를 기록했다. 1999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다. 25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에 비해 12.4% 줄어든 27만6000채로 지표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7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9.5%를 유지했으나 비농업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 소비자들은 다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6월 중 개인소비지출은 전달 대비 0.1% 증가에 그쳤으며 7월 소비자신뢰지수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월가 금융사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미약한 탓에 외부 충격에 의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회복 강도가 워낙 미약해 외부 충격이 있으면 쉽게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가치 급등에 비상이 걸린 일본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가 25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과 긴급 회의를 갖고 "외환 · 금융시장 동향을 주의깊게 살펴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다 재무상은 엔화 가치 급등과 관련,"필요할 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15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83엔대까지 급등한 엔화 가치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84엔대로 소폭 떨어졌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149.75엔(1.66%) 떨어진 8845.39엔으로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3월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오른 1196원으로 마감,지난달 23일(1198원80전) 이후 가장 높았다. 원 · 엔 환율은 100엔당 1418원57전으로 지난해 3월26일 이후 최고치였다. 코스피지수는 25.74포인트(1.46%) 내린 1734.79로 장을 마쳤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