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투기적인 성향이 강한 금융상품 출시를 자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나섰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투기적인 매매 행태에 대한 경고로 해석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창 금감원장(사진)은 25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울 국제파생상품 컨퍼런스' 환영사(이장영 부원장 대독)에서 "투기적 수요만을 충족시키는 금융상품의 출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상품도 사회적 후생이나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촉매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의 발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사태를 겪으면서 위험성을 확인한 파생상품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환영사를 대독한 이 부원장은 "파생상품이 잘못 활용되면 경제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해악을 끼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키코처럼 상품 자체는 헤지 성향이 강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많이 거래되는 매매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이 투기적인 성향이 강한 상품이라고 지적한 것은 특히 최근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ELW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헤지 기능이 전혀 없는 투기적 상품이 몇 가지 출현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원장이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며 "특히 조기종료형 ELW 상품이 내달 초 새로 도입되는 등 급팽창하고 있는 ELW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원장은 홍콩에 이어 전 세계 2위 시장으로 급성장한 ELW는 헤지 기능은 거의 없고 단타매매자들만 기승을 부리는 투기적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해마다 개인투자자들이 수천억원의 큰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위축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순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할 단계"라며 "기초자산인 실물자산의 가격 변화와 동떨어진 형태의 파생상품 출시는 자제하고 투자자들도 과도한 투기적 행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