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나 사회를 다룰 때 '이것이 바로 이상적 지배구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국가나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77 · 사진)는 25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경제학에선 공유 자원을 잘 관리하기 위해 '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동체의 자율적인 관리로도 충분히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롬 교수는 첫 여성 경제학상 수상자로 올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스위스의 목초지를 그 사례로 꼽았다. 스위스 농부들은 알프스산의 저지대에서 사유지를 만들어 관리하지만 높은 곳은 공유지로 유지하면서 방목한다. 고지대는 지역별로 기후가 크게 달라 특정 지역에선 한 농부가 다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풀이 자라고 다른 곳은 건조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다. 고지대를 공유지로 두고 계절별 지역별로 필요한 사람이 방목하는 곳으로 유지하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스위스 농부들이 사유지와 공유지를 분리하는 방법은 그들만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사유화로 해결하려는 것은 도식적인 규칙(페이퍼 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가나에서 왔다는 한 성균관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이 아프리카의 공동체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사적 소유 개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시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아프리카 정부들이 강요하는 서구적인 규칙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공동체 구성원의 경험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상호 소통하며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강연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첫 여성 경제학상 수상자라는 점에 대해 "한번도 그런 목표를 가져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저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물론 내 삶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여성이 대학원에 가는 것조차 도전인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193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게임이론과 집합행동이론,사례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연구에 주로 활용했다. UCLA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정치학회장까지 지낸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을 때 학계는 "경제학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