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 후 바로 장외 우량기업과 합병이 가능해짐에 따라 스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말썽많은 우회상장을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합병시 과세문제로 스팩과의 합병을 꺼리던 장외 우량기업들이 스팩을 통한 상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스팩 세금 걸림돌 해소

스팩이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은 합병시 세금문제 탓이었다. 기업이 합병시 과세이연을 받으려면 △1년 이상 사업영위 법인 간 합병 △합병대가의 80% 이상을 합병신주로 교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 사업 계속 영위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장외 우량업체를 인수 · 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돼 특별 상장되는 스팩은 대부분 신설 법인이어서 첫째 요건을 만족시키려면 합병까지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 같은 세금 족쇄가 논란을 빚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스팩 활성화를 위해 스팩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했고,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스팩에 대해 합병시 과세특례를 법인세법 44조에 신설키로 한 것이다.

아울러 우회상장 5개월 만에 분식회계가 적발돼 퇴출되는 네오세미테크 사례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일반 우회상장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어서 장외 우량기업들도 스팩에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M&A컨설팅 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일반 우회상장은 심사도 까다로워지고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스팩에 대한 합병 걸림돌이 제거되면 장외 우량기업들의 스팩을 통한 상장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팩 투자매력 되살아날 듯

지난 3월 도입 초기엔 과열이 우려될 만큼 스팩이 상장될 때마다 주가가 이상급등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팩은 원금을 보존하면서 주가 상승이나 합병에 따른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팩이 상장 후 1년간 장외기업과 합병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총 12개의 스팩이 상장됐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다. 대우증권스팩 미래에셋스팩1호 현대증권스팩1호 등 일부 선발주자들만 주가가 공모가 대비 8~43% 올랐을 뿐,나머지 스팩들은 모두 공모가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공모 청약을 받은 대신증권그로쓰스팩과 SBI&솔로몬스팩은 일반 공모 청약에서 미달됐고 상장 후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스팩이 상장과 함께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돼 투자자들에겐 큰 호재로 분석된다. 스팩 투자시 자금 회수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발 스팩보다는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후발 스팩들이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스팩 주가를 억눌렀던 1년간 합병 제한이란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며 "뒤늦게 상장한 스팩들은 세금 특례가 인정되는 내년 1월부터 합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장 6개월 안에 합병을 마칠 수 있는 셈이어서 관심을 더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줄임말.다수의 개인투자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3년 내 장외 우량업체를 인수 · 합병(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되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기업공개(IPO)와 M&A를 결합한 스팩은 증시 우회상장을 대체하고 장외 우량기업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