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日에 짓밟힌 35년…사진은 바랬지만 아픔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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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 박도 엮음 | 눈빛 | 768쪽 | 2만9000원
1910년 8월29일 경복궁 근정전에 두 개의 일장기가 내걸렸다. 이보다 1주일 전 대한제국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국 조선통감 데라우치는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 사실을 알면 한국인들의 분노가 폭발할까 두려워 숨기다 이날 기습 발표했던 것이다.
'한일병합조약' 전문에는 "한국 황제 폐하와 일본국 황제 폐하는 양국 간의 특수하고 친밀한 관계를 회고하여 상호 행복을 증진하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코자 양국 간에 병합조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약이 체결되는 순간부터 이런 명분은 사라졌다. 병합조약 제1조에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하고도 영구히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함"이라고 명기했고,조선 백성들은 해방이 되기까지 무려 35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과 혹독하고도 악랄한 일제의 강압적 통치 및 수탈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는 이 설움과 고통의 시기를 800여 장의 사진과 도표,광고,사진엽서,당시의 교과서 등과 함께 보여주는 연대기적 보고서다. 일제강점기의 사진들은 대부분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을 반영하지만 이를 우리의 관점에서 편집하고 재해석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조선을 너무나 사랑했던 독일인 베버 신부가 남긴 독일판 사진집과 식민시기를 살았던 일반인들의 앨범,1942년 메이지대 한국인 졸업생들의 앨범에 남긴 사진 등이 당시의 역사를 생생히 전한다.
책의 첫머리에 '일제 강점 35년-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쓴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35년 동안 계속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일부 긍정적 유산과 많은 부정적 유산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들에게 차별과 억압,동원과 수탈은 기본 흐름이었다"고 단언한다. 강제동원과 징용 · 징병,근로정신대와 위안부,창씨개명 등이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첫 사진은 1920년대 초가지붕을 인 마을을 배경으로 물동이를 인 여인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평화로운 땅이 어쩌다가 일제의 손에 넘어갔는가. 엮은이는 18세기부터 시작된 서구 열강의 산업혁명과 식민지 쟁탈전,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부국강병을 이룬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탈 등 한일병합 전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짚으며 어느 날 갑자기 대한제국이 사라진 게 아님을 강조한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일본군 장성과 공사관원들이 찍은 기념 사진,조선총독부 초대 총독 데라우치가 기마부대와 함께 부임하는 모습,동양척식회사의 공출미 수탈,징용 · 징병 · 정신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절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장 연구위원의 지적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921년 일본학자 다카하시 도루가 쓰고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인》을 구인모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가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식민지 조선인을 논하다》(동국대학교출판부),조선총독부가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인의 성격과 사상을 조사한 극비 자료를 번역한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역사학자 김기협씨가 망국의 역사를 복기하며 성찰한 역사 에세이집 《망국의 역사,조선을 읽다》(돌베개) 등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일병합조약' 전문에는 "한국 황제 폐하와 일본국 황제 폐하는 양국 간의 특수하고 친밀한 관계를 회고하여 상호 행복을 증진하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코자 양국 간에 병합조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약이 체결되는 순간부터 이런 명분은 사라졌다. 병합조약 제1조에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하고도 영구히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함"이라고 명기했고,조선 백성들은 해방이 되기까지 무려 35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과 혹독하고도 악랄한 일제의 강압적 통치 및 수탈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는 이 설움과 고통의 시기를 800여 장의 사진과 도표,광고,사진엽서,당시의 교과서 등과 함께 보여주는 연대기적 보고서다. 일제강점기의 사진들은 대부분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을 반영하지만 이를 우리의 관점에서 편집하고 재해석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조선을 너무나 사랑했던 독일인 베버 신부가 남긴 독일판 사진집과 식민시기를 살았던 일반인들의 앨범,1942년 메이지대 한국인 졸업생들의 앨범에 남긴 사진 등이 당시의 역사를 생생히 전한다.
책의 첫머리에 '일제 강점 35년-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쓴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35년 동안 계속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일부 긍정적 유산과 많은 부정적 유산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들에게 차별과 억압,동원과 수탈은 기본 흐름이었다"고 단언한다. 강제동원과 징용 · 징병,근로정신대와 위안부,창씨개명 등이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첫 사진은 1920년대 초가지붕을 인 마을을 배경으로 물동이를 인 여인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평화로운 땅이 어쩌다가 일제의 손에 넘어갔는가. 엮은이는 18세기부터 시작된 서구 열강의 산업혁명과 식민지 쟁탈전,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부국강병을 이룬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탈 등 한일병합 전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짚으며 어느 날 갑자기 대한제국이 사라진 게 아님을 강조한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일본군 장성과 공사관원들이 찍은 기념 사진,조선총독부 초대 총독 데라우치가 기마부대와 함께 부임하는 모습,동양척식회사의 공출미 수탈,징용 · 징병 · 정신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절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장 연구위원의 지적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921년 일본학자 다카하시 도루가 쓰고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인》을 구인모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가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식민지 조선인을 논하다》(동국대학교출판부),조선총독부가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인의 성격과 사상을 조사한 극비 자료를 번역한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역사학자 김기협씨가 망국의 역사를 복기하며 성찰한 역사 에세이집 《망국의 역사,조선을 읽다》(돌베개) 등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