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더블딥'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위스프랑 가치가 치솟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스위스프랑 확보전에 나서면서 최근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높아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아일랜드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럽 변방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유로화 대신 스위스프랑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는 급등을 거듭해 역대 최고치 수준을 연일 오가고 있다. 지난 24일 장중 한때 유로당 1.2987스위스프랑까지 올라 유로당 1.30스위스프랑을 뚫은 데 이어 25일에도 장중 1.2975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유로화가 출범한 1999년 이래 스위스프랑 가치가 유로화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올초에 비해선 유로화 대비 13% 올랐다. 스위스프랑은 달러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여 25일엔 달러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1.0306스위스프랑으로 6월 대비 11.4% 절상됐다.

한때 스위스프랑은 '유로만도 못한 통화'라는 수모를 겪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적자 위기를 거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아시아에서 엔화가 줄곧 강세를 보이는 사이 유럽에선 스위스프랑이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스위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0.7%에서 1.4%로 높일 정도로 스위스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 스위스가 유로존으로부터 고립을 고수한 결과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의 연쇄 타격에서 벗어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필리프 힐데브란트 스위스 중앙은행장이 최근 "스위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스위스프랑 수요가 더욱 몰리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정부는 지난 15개월간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 타격과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