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그룹 내 대표적인 상생협력 모델 사례를 모아 내보냈다. 계열사별로 벤치마킹하라는 취지에서다.

첫 사례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지만 사업화하지 못하고 있던 SNU프리시젼이라는 회사를 소개했다.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 기업인 이 회사는 2002년 LCD패널 핵심 측정장비 PSIS를 개발했다. 하지만 단일 품목만으로 시장에서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2006년 LCD 검사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미세한 측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 회사를 찾아냈다. 그리고 협력을 시작해 불과 2~3년 만에 10여개의 검사장비를 만들어냈다. 박희재 SNU프리시젼 대표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매출이 성장한 것은 물론 삼성에 납품함으로써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는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협력을 통해 문닫을 위기에 처한 공장이 되살아난 케이스도 있다. 삼성코닝정밀소재의 협력사인 SAC는 1964년 광산업으로 시작해 브라운관 TV의 원료인 장석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LCD TV 등장으로 장석 수요가 줄어 옥천공장은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삼성코닝의 과제는 LCD에 들어가는 유리의 주원료인 석회석(라임스톤)을 국산화하는 것이었다. 삼성코닝은 수십년간 광물 지식을 쌓아온 SAC에 원료 국산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존폐 위기에 몰린 SAC는 국내 37개의 광산을 돌아다닌 끝에 결국 LCD용으로 적합한 석회석을 찾아냈다. 이로써 옥천공장은 다시 굴러가고 삼성코닝은 원료 국산화에 성공해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삼성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인 T-익스프레스는 장기 협력의 대표적인 성과물로 꼽혔다. 에버랜드 협력사인 협신건설은 1985년부터 놀이기구 기초공사를 담당해왔다. 에버랜드는 2007년 T-익스프레스가 들어설 산악 기초공사를 협신건설에 맡겼다. 짧은 공사기간,산악지대라는 악조건에도 공사를 성공적으로 해낼 회사는 오랜 기간 협력해온 협신밖에 없다는 믿음에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