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희망 보여준 '내일을 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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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연,박정일,조성구,이칠성….' 혹시 독자들은 이 이름들을 기억하시는지.이들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과 함께 2008년 12월 눈길을 뚫고 꼬박 2박3일간 지리산을 넘으며 자립 의지를 다졌던 인천시 '내일을 여는 집(내여집)' 재활인들이다.
▶관련기사1 보기 ▶관련기사2 보기
25일 오후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이들로부터 2년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발신자는 고길연.그는 인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다 2007년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닭 35만마리를 땅에 묻었다. 술로 세월을 보내다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내여집'에서 재활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었다. 둥글둥글한 성격에 등반대에서도 주방장 총무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무슨 일일까 싶어 확인 버튼을 눌렀다. "박정일군 합격했습니다. "
기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한 옥타브는 높아진 것 같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일이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붙었어요. 경사가 났어요. "
박정일씨(28)는 희망등반대의 막내였다. 말수가 적었던 그는 정상 등반을 하루 앞둔 날 밤,어머니의 가출과 싸움질로 얼룩졌던 암울한 청소년기를 털어놔 등반대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피끓는 20대 청년.미래를 꿈꿔보고 싶지만 그에겐 장벽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경험해 본 것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른 채 갈팡질팡했던 그였다.
검정고시 합격은 그에게 큰 의미였다. 혼자서도 두 발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이었다. 박씨는 올초 시험에 도전했다 떨어진 뒤 절치부심했다. 이를 악물고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7월 시험을 치르러 가면서도 '내여집' 사람들에게 "기초가 없어서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내년에나 될 것 같다"고 했단다. 떨어졌을 때 내여집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을 덜어주기 위한 말이었다. 합격 발표가 나자 박씨는 처음으로 '꿈'을 입 밖에 냈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제 새길이다. 남들보다 뒤늦게 또 어렵게,인생의 굴곡을 지나 새길을 찾았다.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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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이들로부터 2년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발신자는 고길연.그는 인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다 2007년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닭 35만마리를 땅에 묻었다. 술로 세월을 보내다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내여집'에서 재활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었다. 둥글둥글한 성격에 등반대에서도 주방장 총무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무슨 일일까 싶어 확인 버튼을 눌렀다. "박정일군 합격했습니다. "
기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한 옥타브는 높아진 것 같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일이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붙었어요. 경사가 났어요. "
박정일씨(28)는 희망등반대의 막내였다. 말수가 적었던 그는 정상 등반을 하루 앞둔 날 밤,어머니의 가출과 싸움질로 얼룩졌던 암울한 청소년기를 털어놔 등반대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피끓는 20대 청년.미래를 꿈꿔보고 싶지만 그에겐 장벽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경험해 본 것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른 채 갈팡질팡했던 그였다.
검정고시 합격은 그에게 큰 의미였다. 혼자서도 두 발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이었다. 박씨는 올초 시험에 도전했다 떨어진 뒤 절치부심했다. 이를 악물고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7월 시험을 치르러 가면서도 '내여집' 사람들에게 "기초가 없어서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내년에나 될 것 같다"고 했단다. 떨어졌을 때 내여집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을 덜어주기 위한 말이었다. 합격 발표가 나자 박씨는 처음으로 '꿈'을 입 밖에 냈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제 새길이다. 남들보다 뒤늦게 또 어렵게,인생의 굴곡을 지나 새길을 찾았다.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