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출시로 시작된 태블릿 열풍이 TV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태블릿을 리모컨처럼 활용해 TV 채널과 게임을 조작하고 실시간 방송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블릿이 TV 기능까지 갖추면서 애플,구글,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스마트 TV(인터넷과 각종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TV)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 TV의 맛을 미리 보여주는 태블릿 TV를 먼저 선점한 업체가 TV 시장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태블릿 TV 도입 바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상위 10개 유료방송 업체 중 7개 사업자가 아이패드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업체들은 태블릿 TV를 통해 새 수익 기반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면이 작아 이용률이 저조했던 스마트폰과 달리 7~9인치대 화면을 갖춘 태블릿에서는 다양한 콘텐츠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태블릿 TV 기능은 단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TV 가이드 겸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했고 최근에는 영화,방송 등을 필요할 때마다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집에서 보던 실시간 방송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서비스까지 결합하면 일종의 작은 스마트 TV로 진화하게 된다. 프로야구를 시청할 때 TV를 통해 메인 중계화면을 보면서 태블릿에서는 응원팀의 더그아웃을 비쳐주는 다른 카메라 영상을 동시에 보는 멀티 앵글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태블릿 PC를 출시할 KT,SK텔레콤 등 국내 IPTV 사업자들도 리모컨 기능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내놓을 예정이다.
◆스마트 TV 복잡한 경쟁 구도
다음 달 3일 독일에서 개막하는 가전전시회 IFA 2010의 최대 이슈는 스마트 TV다. 소니의 구글TV,LG전자 스마트TV 등이 첫 공개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유럽 콘텐츠 사업자와 손잡고 TV용 앱스토어 서비스를 확대한다.
막 불붙기 시작한 스마트 TV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TV 자체가 스마트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셋톱박스,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와 연계해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통상 교체에 6년 이상 걸리는 TV는 운영체제(OS)를 내장한 스마트 TV를 확산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셋톱박스,태블릿 등 스마트 TV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TV 시장 1위 삼성전자는 2분기 24%대까지 끌어올린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삼성 앱스토어를 내장한 TV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IFA 2010에서는 무선으로 TV와 콘텐츠를 연동할 수 있는 첫 태블릿인 '갤럭시탭'도 선보인다.
애플은 완제품 TV를 만드는 대신 기존 TV에 연결해 인터넷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셋톱박스인 iTV를 개발,다음 달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의 사용자환경(UI)과 앱스토어 서비스를 iTV에 그대로 적용,휴대폰 사용자층을 TV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아이튠즈에 TV 프로그램을 사고 파는 채널을 만들어 이를 아이패드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구글도 소니와 손잡고 첫 구글TV를 개발하는 동시에 로지텍 등과 협력해 인터넷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 개발에 나섰다.
이형일 KT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아이폰을 산 사람이 아이패드를 살 확률이 높듯 태블릿 TV는 스마트 TV로 넘어가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