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등 6대 비철금속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최고 7% 이상 급락했다. 아연 납 알루미늄 등은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t당 2000달러 선도 무너졌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12.4%나 줄어드는 등 미국 경제의 '더블딥'(반짝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주요 경기지표를 통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의 원료인 니켈 가격은 2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2.8% 떨어진 t당 2만1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새 7.5% 떨어진 가격으로 최근 3개월 고점인 지난 9일(2만2880달러)과 비교하면 보름 사이에 11.9% 하락했다.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납은 2.6% 내린 1959달러를 기록,t당 2000달러 선이 붕괴됐다. 납 가격이 t당 2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1주일 가격 하락률은 7.5%,지난 4일 단기 고점에 비해서는 11.7% 떨어진 것이다.

아연 가격도 이날 2% 하락한 t당 1962달러로 장을 마감,2000달러 밑으로 내려갔으며,알루미늄도 t당 1990달러로 전날보다 1.8% 떨어졌다. 아연과 알루미늄은 최근 1주일 사이 각각 7.4%와 5.3%의 가격 하락률을 나타냈다.

전기동과 주석은 납 니켈 등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작아 비철금속 상품 간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비철금속 중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전기동 가격은 최근 1주일간의 가격 하락률이 3.6%로 니켈 납 아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25일 미국 신규 주택 판매량 급감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0.8% 떨어진 t당 7060달러를 지키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주석도 전기동과 비슷한 흐름이다. 주석 가격은 t당 2만150달러로 0.9% 하락했으며,1주일 하락률도 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기동과 주석의 가격 하락폭이 다른 비철금속에 비해 작았던 것은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공급은 정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양림 코리아PDS 연구원은 "경기가 부분적으로 살아나면서 전기동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올 1~4월 전 세계 구리광산 생산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전기동 가격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알루미늄은 중국의 생산량 증가로 중국이 최근 순수출국으로 전환되는 등 재고물량이 풍부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비철금속 가격은 지난달 23일 유럽 은행에 대한 재무건전성 테스트 결과가 우려만큼 나쁘지 않다는 분석을 등에 업고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이달 들어 중국의 긴축정책 추진 및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되며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성장도 침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놓이면서 새로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그때 그때 영향을 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철금속 가격은 앞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의 경제지표에 따라 등락하는 박스권 장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영수 조달청 원자재시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경기둔화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실제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는 징후도 아직은 없어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비철금속 대표 상품은 전기동의 경우 t당 7000~75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