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과 헤이그 특사 파견 등 구한말 역사 현장이었던 덕수궁 중명전이 원형 복원돼 일반에 개방된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26일 서울 정동 중명전에서 간담회를 열고 내부를 역사현장체험공간인 상설전시관과 교육공간으로 조성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오는 29일 일반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중명전은 1897년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의 설계로 건립된 황실도서관이었으나,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화재가 난 이후 고종황제가 집무실인 편전(便殿)으로 사용하면서 긴박했던 역사의 중심이 됐다.

이후에는 일제의 훼손으로 외국인 클럽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1925년에는 화재로 내부가 타는 재난도 겪었다.

1976년에는 민간에 매각돼 사무실 등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1983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고 2003년 정동극장이 이를 인수한 데 이어 2006년부터 문화재청이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사적 124호인 덕수궁에 편입됐다.

문화재청은 이듬해인 2007년 12월부터 2009년 말까지 원형복원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는 공간을 넓히려고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회랑 등을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고치고 아치 형의 벽돌 구조를 되살리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실내의 벽난로와 앞마당의 우물도 원모습대로 복원했다.

일부 흙에 묻혀 있던 지하도 복원했다.

중명전 내부에는 대한제국 말 중명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주는 상설전시장이 마련됐다.

1층 전시실은 중명전의 연혁을 정리한 '중명전의 탄생', 을사늑약의 현장을 보여주는 '을사늑약을 증언하는 중명전', 을사늑약 후 고종과 대한제국의 노력을 담은 '주권회복을 위한 대한제국의 투쟁', 헤이그 특사의 활동을 조명한 '헤이그 특사의 도전과 좌절' 등으로 구성됐으며, 2층에는 고종의 집무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살핀 '고종과 중명전' 전시가 마련됐다.

'을사늑약을 증언하는 중명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2전시실은 실제로 늑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으로, 뒤편에 을사늑약에 끝까지 반대했던 당시 참정대신(參政大臣) 한규설(韓圭卨)이 감금당했던 '마루방' 추정 공간도 보인다.

고종 황제의 집무공간으로 쓰였을 2층에는 고종이 있던 자리에 대한제국 국새의 복제본을 전시했다.

중명전 관람은 수용인원과 문화재 보호 등을 고려해 1일 6회 실시하며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회당 25명씩으로 관람인원이 제한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문화재청은 27일 오후 4시 중명전 현장에서 후손 등 관계자를 초청해 중명전의 현판식과 전시 개막행사를 연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