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26일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이 6자회담 '비공식 회담' 또는 '예비회담'을 골자로 하는 3단계 재개 중재안에 동의했다는 북 · 중 협의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측은 "6자회담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려면 북한이 전체적으로 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중재안에 동의해달라는 중국과의 입장차를 확인했다.


◆북-중, 6자회담 분위기 조성

북한과 중국은 본격적으로 남측에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맞춰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했던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이날 방한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 대표는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 본부장과 면담하고 만찬회동을 가졌다.

그는 위 본부장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다웨이 대표는 위 본부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며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나에게 말할 권한이 없다"며 "다만 중국과 북한은 가까운 나라이고 우호관계를 맺고 있어 (양국) 지도자와 국민이 방문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6자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 앞서 '비공식 회담' 또는 '예비회담'을 열자는 3단계 중재안을 내놨을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은 이 같은 우 대표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위 본부장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책임있는 행동'을 선행적으로 보이고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있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표의 방한에는 양허우란 6자회담 차석대표 등 중국 외교부의 6자회담 관련 실무자 5~6명이 수행했다. 그는 27일 신각수 외교부 제1차관을 예방하는 데 이어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할 계획이다. 우 대표는 남북한과 함께 일본과 미국 등 6자회담 관련국을 차례로 순방할 예정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것도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북 · 미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담 재개까지 시간 걸릴듯

그렇지만 6자회담이 그리 쉽게 열리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 · 미는 '회담을 위한 회담'에는 반대 의견을 갖고 있어 6자회담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 미 양국은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강제 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22일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만큼 정부는 현 단계에서 천안함 사태 대응에 우선 주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 대북 금융제재 '블랙 리스트'를 담은 대북 행정명령을 발표하면 6자회담 재개 기류는 꺾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다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어느 정도 여지는 남겨뒀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6자회담에서 천안함 사태를 다룰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