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북한 자강도 만포를 넘어 중국 지린성 지안 쪽으로 넘어갔다"고 확인해줬다. 방중(訪中)을 예고하는 어떤 징후도 없었고 지난 5월 초 갔다온 지 불과 넉 달도 채 안된 시점이어서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과 목적 등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인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던 바로 그 시간 김 위원장이 중국행 열차를 탔다는 것은 분명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북한 내부에 뭔가 다급하고 중대한 사정이 생긴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것이 후계 구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6자 회담 등과 관련된 문제인지,단순히 수해지원 요청을 위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급박하게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 형식과 시기만으로 보면 체제와 관련된 특이 사항이 아니고는 다른 요인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3남 김정은 후계 구도를 확정하기 위해 중국과 다급하게 상의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추정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다음 달 초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후계구도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최근 며칠간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그 결과가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지난 16~18일 방북한 데 이어 어제 서울에 왔고, 카터 전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김 상임위원장을 통해 어떤 메시지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과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판이 크게 흔들릴 소지가 커졌다. 정부는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의 주시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