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은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 방중에 대해 '후계자 논의'와 '경제지원 협력 요청'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9월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후계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중했다"며 "당 대표자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후계자 문제를 두고 중국과 이견 조율이 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징후와 함께 신의주 등지에서 북 · 중 경비대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한 것과 관련,김 위원장의 내부 권력 장악력이 떨어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 교수는 "중국 정부는 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이 원활하게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에 이어 최근 신의주 일대의 폭우 등으로 어지러워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중국에 경제지원을 요청하러 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수해가 내부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중국의 식량지원 등을 요청하러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북한은 최근의 수해를 포함해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아 특단의 중국 지원을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후계구도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톤 박사는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한의 권력계승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홍수피해 등에 따른 현금지원과 경제원조 문제 역시 김정일의 방중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핑크스톤 박사는 "경제문제와 권력세습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며 "김정일이 빠른 시일 내에 권력계승 작업을 마치려면 아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해 산적한 경제문제들을 미리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지안 중국 푸단대 교수는 "북한이 권력세습과 관련해 중국의 허락을 받거나 지지를 꼭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일은 중국에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장성호/김동욱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