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6일 방중은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카터를 평양에 남겨두고 돌연 방중길에 오른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며칠 전부터 (김정일 방중)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지만 언론에서는 관련 소문이 한 건도 보도되지 않을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이날 0시께 국경을 넘은 것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보도한 김 위원장의 동정에서도 방중의 실마리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전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주로 외교라인의 고위급 관리들을 대동하고 북한 북부지역을 시찰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북한 매체가 보도한 김 위원장의 동정은 평양에서 공연관람,공장시찰 등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북 · 중 간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도 이번 방중의 깜짝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방중 때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사전답사차 중국을 방문한 징후가 포착됐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동향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26일 새벽 김 위원장의 평양 공장 시찰 동정을 전한 북한매체의 보도 등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이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긴급 타전하자 CNN 뉴욕타임스 AFP 등 주요 외신들도 머리기사로 즉각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도 김 위원장 방중 건을 석간 도쿄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전하는 등 긴급뉴스로 다뤘다. 반면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관영언론들은 사실상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언론 보도 직후 가장 먼저 소식을 타전한 AFP는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목요일 새벽 개인열차를 탄 징후가 포착됐다"며 "그의 분명한 후계자로 보이는 아들 김정은을 대동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일본 정부가 인지하고 있으며,정부 당국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장진모/이관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