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에 수수료 급락…우리금융 자문 따내기 총력전
◆'빅3' 증권사 대형 M&A 딜서 선전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범현대그룹의 경합이 예고된 현대건설 인수전은 매각과 인수 쪽 진용이 모두 갖춰졌다. 현대차그룹은 골드만삭스와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을,현대그룹은 맥쿼리 도이체방크와 계열인 현대증권을 각각 인수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대건설 매각 쪽 주관은 우리투자증권과 산업은행(KDB) 메릴린치가 맡았다.
사모투자펀드(PEF)가 매물로 내놓은 메디슨과 대선주조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딜 진행을 앞두고 있다. 메디슨은 우리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메디슨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효성은 국내 증권사와 주관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주조는 대우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인수 후보군을 물색 중이다.
외환위기 직후 대형 M&A 딜의 자문은 외국계 증권사가 싹쓸이했지만,최근엔 국내 증권사가 주도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대우일렉트로닉스 M&A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이었음에도 매각 주관(우리투자증권)과 인수 주관(대우증권 유진투자증권)을 모두 국내 증권사가 맡기도 했다.
쌍용차 M&A에서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인도 마힌드라의 인수 주관은 삼성증권이 로스차일드와 함께 맡았다.
정영채 IB 대표와 박종욱 상무가 이끄는 우리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M&A 딜을 중개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모건스탠리 출신 박성우 전무가 주축인 삼성증권은 크로스보더 딜에 강점을 보이고,M&A 실적이 부진했던 대우증권은 도이체방크 삼성증권 출신인 최범진 상무가 합류한 뒤 약진하고 있다. 최 상무는 "과거엔 '트랙 레코드'가 부족해 외국계에 많이 빼앗겼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내 딜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의 자문 계약도 따내고 있다"고 전했다.
◆'고수익'우리금융 주관 선정에 총력
우리 삼성 대우 등 국내 '빅3'는 특히 우리금융지주 매각 주관사 선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져 M&A 수수료가 과거의 2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우리금융지주 딜은 수수료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인수금액이 3조원대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자문 수수료가 2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수수료 덤핑이 심각하다"며 "우리금융지주 주관사로 선정되는 증권사가 올해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국내 '빅3'는 주관사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투자증권이 주관계약을 맺는 것은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것.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자신들이 주관사를 맡아야 M&A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우리금융의 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수 후보로 유력시되는 하나금융그룹은 물론 KDB,KB금융지주 등의 계열 IB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포스코 KT 등에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쪼개 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우 삼성 등 여타 IB에선 또 다른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매각을 시도하는 경우 사실상 경영진의 지휘를 받는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매각 주체가 우리금융그룹이 아니라 예보이고,3개의 매각 주관사가 선정되기 때문에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