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이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다는 오은선씨(44)가 지난해 칸첸중가(8586m)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산악연맹은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경기단체 회의실에서 칸첸중가를 올랐던 산악인 6명이 참석해 오씨의 등정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고 공개했다.

회의에는 엄홍길(2000년 등정),박영석(1999년),한왕용(2002년),김웅식(2001년),김재수(2009년),김창호씨(2010년) 등이 참석했다. 서성호씨(2010년)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회의 중에 전화 통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오씨가 정상에 올라 찍었다는 사진에 나타난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고 "작년 말 오씨가 직접 설명한 등반 과정도 신빙성이 떨어져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5월 오씨에 이어 칸첸중가를 등정한 김재수씨와 올해 등정한 김창호씨의 의견이 회의에서 가장 심도 있게 청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이 산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이인정 회장이 회의를 직접 참관했다.

대한산악연맹이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믿지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여성 산악인으로 처음 8000m 고봉 14좌를 모두 올랐다는 기록은 국제적 공인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은 "전날 오씨와 면담했는데 등정에 대한 믿음이 강직했다"며 "오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오씨는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개를 완등했다고 선언했으나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칸첸중가의 정상에 서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작년 5월 오씨에 이어 칸첸중가에 다녀온 김재수씨가 "정상의 사진이 실제 정상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함에 따라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오씨와 여성 첫 14좌 완등 경쟁을 벌이던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도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시비를 걸었고 최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오씨가 칸첸중가에 올랐다는 게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오씨는 "회의 자체가 의혹을 줄곧 제기한 산악인들을 포함한 연맹 이사들로 구성된 것이라서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연맹의 의견일 뿐이라 얼마나 공신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산악인으로서 내 명예를 걸고 등정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믿는다"며 "같은 날 같은 시기에 갔어도 정상의 사진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괜찮다,저런 경우에는 아니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