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이란 제재 조치를 조속히 이행키로 했다. 이란 멜라트은행은 안보리 제재와 연관돼 있어 서울지점도 제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한 · 미 양국은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유엔 안보리의 이란제재 이행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구상과 세부사항을 설명했다"면서 "제재의 내용과 적용 범위,기준,구체적 이행 절차,법적 · 제도적 장치,이행 주체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관계부처가 세부 지침과 이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돼온 멜라트은행에 대해서는 "우리 측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미국은 진지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멜라트은행 문제는 우리가 취할 조치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멜라트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은행이 유엔 안보리의 직접적인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등 멜라트은행이 안보리의 이란 제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멜라트은행 역시 수억달러 규모의 대량살상무기(WMD) 불법거래에 관련돼 있다는 점이 안보리 결의 부속서에 올라 있다"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금융감독기관의 검사 결과를 갖고 응당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차관은 "기본적으로 국제평화와 안전,핵 비확산 문제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진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응당한 도리고 의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과 거래 기업의 제재 문제와 관련, "과거에 거래한 부분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며 "신규 수주와 투자를 제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 조치에는 이란으로 오가는 화물의 검색강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내 조선업체들은 1~2년 전부터 이란으로부터 수주가 끊긴 상태라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란 유조선을 건조 중인 곳은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미포조선 한 곳뿐이다. 내년 인도를 목표로 1척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은 미국의 이란 제재법상 규제 품목에 속한다.

정유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제재 대상에서 원유 수입은 제외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스팟 물량으로 수입선이 바뀔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수입물량의 20%가량을 이란에서 들여온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동휘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