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그룹을 비롯한 인도 기업들은 현재 영국에서 9만명의 근로자를 채용했습니다. 나는 영국의 고용 창출을 위한 외자 유치가 이번 방문 목적 중 하나라는 게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달 28일 인도 벵갈로르를 방문해 산업시설을 시찰하면서 한 말이다. 각 부처 장관들과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9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인도를 찾은 캐머런 총리는 자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향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가는 곳마다 두 손을 모아 "나마스테(힌디어 인사말)"라고 말하며 고개 숙여 예의를 표시하는 캐머런 총리에게서 과거 영국을 상징했던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오만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외부 금융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 자금으로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마힌드라&마힌드라도 인도의 자동차 기업이다.

◆자원 · 인재 · 넓은 내수시장 3박자

인도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 3년간 연평균 9%대의 고성장세를 보이다 2008년 6.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4%까지 회복했으며,올해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말 인도 국가신용등급을 'Ba2'에서 'Ba1'로 1단계 높였으며,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인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인도 경제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와 고용 증가에 힘입어 향후 5년 뒤엔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탄 아야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성장률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9.5%에 이를 것이며 중국도 인도의 이 같은 성장세를 따라잡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에선 2020년까지 약 1억36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추정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일자리는 약 2300만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전문 인재풀,12억명의 인구가 형성하는 거대한 내수시장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이 가운데 최근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구매력 증가는 인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현재 인도 인구 중 약 60%가 30세 이하 청년들이며,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13~15% 정도인 약 1억5000만~1억7000만명에 달한다. 소비 구조가 과거 식료품 중심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미용 및 레저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과열 우려도…올 들어 네 차례 금리인상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인도 경제도 물가 급등에 따른 경기과열 우려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인도의 대표적 물가지표인 도매물가지수(W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6월까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또 지난달엔 WPI 상승률이 9.97%를 기록,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요 20개국(G20) 중 최고치였다. 인도는 소매물가지수(CPI)보다는 품목 수가 더 많이 포함돼 있는 WPI를 인플레이션 지표로 삼고 있다.

인도는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올 들어서만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고 과감한 출구전략 행보를 보인 것.현재 인도 기준금리인 재할인금리는 연 5.75%다. 두부리 수바라오 RBI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수 확대로 수입이 크게 늘면서 경상수지 적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인도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 25일 "인도의 2009회계연도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에 달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악화와 함께 인도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더욱이 내달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30년 만에 최고치인 GDP 대비 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인도의 수출은 아직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고 RBI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인도 상공부는 최근 섬유 가죽 수공예품 등의 수출에 총 2억25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출 증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가 수출 장려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관료주의,외교 불안도 극복해야

인도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는 아시아 최악으로 비판받고 있다. 홍콩 컨설팅업체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는 지난 6월 아시아 12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인 1373명을 대상으로 각국 공무원의 관료주의와 비효율 정도를 0~10점으로 조사한 결과 인도가 9.41점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PERC는 "인도에선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공무원 조직 개혁을 약속하지만 그 노력은 별 효과가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공무원을 상대하는 것은 가장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과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벌어지는 외교 마찰도 인도의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카슈미르 지역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과는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당시 카슈미르가 인도 쪽으로 넘어가면서 갈등이 불거진 뒤 최대의 앙숙이 됐다. 특히 인도는 힌두교,파키스탄은 이슬람교로 종교까지 달라 둘 사이의 골은 더욱 깊다. 또 인도와 중국은 1962년 히말라야산맥 국경지대 영토를 두고 전쟁까지 치렀으며,지금도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