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IT '슈퍼 엔高' 타고 주도주 복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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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약세 겹쳐 최대 수혜…현대車, 엔고따라 상승페달
반도체도 수출 경쟁력 'UP'…"외국인엔 부담" 분석도
반도체도 수출 경쟁력 'UP'…"외국인엔 부담" 분석도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슈퍼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증시에서 수혜주 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인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엔고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로 IT주와 자동차주가 주춤하고 있지만 실물지표가 호전될 경우 다시 주도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통화약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엔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엔화 강세 당분간 계속될 듯
27일 코스피지수는 0.20포인트(0.01%) 떨어진 1729.56에 거래를 마쳐 6일 연속 하락했다. 전날 다우지수 10,000선이 깨졌다는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1719까지 내려갔지만 기관과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낙폭을 줄여 보합세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3일째 순매도로 일관하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드러냈다.
시장에선 이달 들어 강세를 보였던 철강 기계 화학 등 소재주들이 주춤하는 사이 엔고 수혜주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100엔당 1410원을 웃돌고 있다. 원 · 엔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작년 4월1일(1412원61전) 이후 처음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화 가치는 24일 15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83엔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엔화 강세 현상은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할 전망이며 이는 세계 6위에 해당하는 비중"이라며 "대규모 경상흑자가 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무리하게 유도하면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과의 환율 힘겨루기에서 일본의 입지가 좁다는 설명이다.
◆IT · 차 주도주 재부상 관심
전문가들은 엔고가 지속되면 자동차와 IT 업체들이 우선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슈퍼 엔고에 원화 약세까지 더해 국내 자동차주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을 맞았다"며 "환율이 자동차주의 최대 모멘텀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화가 강세로 접어든 2008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은 하향세 또는 정체 상태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합산 점유율은 8.5%로 월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이후 현대차 주가는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함께 상승하며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T업종에선 반도체와 전기전자 부품주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해 인위적인 인하는 어렵지만 일본 업체에 비해 국내사들의 원가 부담이 작아져 이익률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장비와 재료는 일본산 의존도가 높아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적인 엔고 수혜주로 현대차 삼성전기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우주일렉트로닉스 등을 제시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강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익 가능성이 줄어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진다"며 "중장기 수급 측면에선 엔고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