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지상에 복지 예산의 급증에 따른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1997년엔 16조원이었지만 올해는 8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양극화에 따라 40년 후 그 비율이 20%를 훌쩍 넘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예산이 급증함에 따라 비효율적인 집행도 부분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복지전달체계를 짜임새있게 구축 · 운영해 나간다면 비효율성 문제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복지의 일선 창구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관계뿐만 아니라 복지 예산의 상당부문을 집행하는 공공기관과 중앙정부 간의 관계도 효율화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복지 관련 공공기관이 상대적으로 많이 신설되고 있다는 사실은 선진국을 향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기관간 기능 중첩이 간과되고 있지 않은지,다른 공공기관들에 비해 '경쟁'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지 않은지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크다는 점이다.

잭 웰치(전 GE 회장)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라.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며 자발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복지 관련 공공기관들도 스스로 '변화'를 적극 수용, 국민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기를 기대하면서 필자가 공공기관을 평가한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화를 위해 몇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복지 관련 공공기관은 민간과 경쟁하기보다는 정부 위탁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인 정부의 경영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론 평가를 통한 피드백 기능이 취약하다. 대부분 복지 관련 공공기관은 규모가 작아 기타 공공기관으로 남거나 준정부 기관에서도 중소형으로 분류된다. 기타 공공기관이면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경영효율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게 된다. 또 준정부기관에서도 중소형이면 계량평가만 받게 되므로 추진 과정 등을 평가하는 비계량 부분은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더구나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상여금 등 보상과의 연결고리도 끊기게 돼 평가를 통한 '경쟁'과 '변화'를 위한 기관의 동기 부재로 그 비효율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복지 관련 공공기관도 수혜자 측면에서 기관의 기능들이 설계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복지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설립돼 장차 기능 중첩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우려된다. 예컨대 기존에 전자바우처 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공공기관에 유사한 데이터베이스(DB)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급여 대상자의 DB관리 등 일부 중첩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설립된 것이다.

셋째,'고용이 최선의 복지'란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복지 패러다임이 고용연계형으로 전환되면서,복지와 고용 관련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들 상호간에 기능 중복이 확산된다면 언론에서 우려하는 복지 관련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 고용은 그간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 주로 맡아 왔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는 바 이런 기관들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상호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면서 복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지 관련 공공기관들도 앞다퉈 복지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능 중복 등 비효율성은 마땅히 제거돼야 한다. 혹자는 이런 기능 조정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반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국가 차원에서 복지 기능은 당연히 확대하되 공공기관들 간에 복지 기능의 중복은 피해야 더 많은 혜택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친서민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오재인 <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