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간 이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이나 물가 의료서비스 일자리창출 등 여러 부처를 아울러야 하는 종합대책이 많이 나올 때는 부처 간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부처의 '맏형'격인 기획재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국토해양부 직원들은 지난달 21일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받는다고 말한다. 재정부가 정종환 국토부 장관에게는 한마디 상의 없이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연기를 결정하고 뒤늦게 통보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대책 연기 발표는 앞뒤 상황을 잘 모르는 정 장관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를 '왕따'시키고 악역만 맡긴 것"이라며 "우리가 힘이 없다는 걸 그때 절감했다"고 말했다.

재정부가 조만간 나올 물가안정 대책에 농산물 등의 유통구조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상의된 것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부처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유통구조 개선 방안은 당장 내놓기 힘들다는 것을 재정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발표한 게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물가안정대책은 담을 내용이 별로 없어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문제 때문에 '부글'거리고 있다. 재정부가 서비스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정책들을 잘 보면 거의 대부분은 다른 부처에 떠넘기는 것들"이라며 "영리병원도 도입되면 성과만 강조하고 국민 반발 등의 뒷감당은 모두 우리가 떠맡아야 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속에서 정부 전반의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시장경제의 원칙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재정부의 숙명인 만큼 다른 부처들의 반발을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제의 각 부문을 책임지는 부처들과 전체를 총괄하는 부처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와 산업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여기저기서 '미운털'이 많이 박힌 것 같다"며 "요즘은 각 부처의 업무 협조가 잘 안 돼 정책 조정을 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고충도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