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을 근로자 파견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개최한 '사내하도급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조영길 I&S법률특허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 판결은 세계의 많은 기업이 품질관리를 위해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사내하도급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산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판결인 만큼 번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의 사내하도급이 불법 파견이란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이 나온 후 재계가 처음 마련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앞서 현대차에서 사내 하도급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 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자동차업계 등에서 사내하도급을 근로자 파견이 아닌 '도급'으로 간주해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적용하지 않던 관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본사 정규직과 구분된 사내하도급 체제가 일반화돼 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노동법 전문가인 조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단이 확정되면 기업들이 설비를 자동화하고 사내하도급 업체의 회사 밖 이전에 나설 것"이라며 "결국 일자리 감소와 근로조건 후퇴,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도 강해서 불가피하게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이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