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UCLA의 교육학연구소장인 에바 베이커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의 G러닝(온라인게임 기반 교육)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필자가 "공교육에서의 교육 격차 문제가 한국에서 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자 그녀는 "미국의 공교육이 처한 상황에 비하면 한국은 엄청난 성공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대답은 몇몇 미국 학교를 조사해 보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LA의 한 초등학교는 라틴계가 70% 이상을 차지해 영어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미국 전체 고교의 13%에서는 40% 이상의 학생이 제때 졸업하지 못하거나 중도탈락한다.

G러닝이란 온라인 게임이 갖는 흥미와 몰입 요소에 학습 커리큘럼을 결합시켜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교육방법이다.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 속에서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G러닝은 2003년 중앙대의 경영학 수업에서 처음 개발된 이래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8개 초등학교 시범학교로 확산돼 있다.

이런 장점을 지닌 G러닝에 미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공교육에 G러닝을 도입하기 위해 10여명의 미국학계와 산업계 인사들로 구성된 'G러닝 커미티(위원회)'가 지난 6월 LA에서 발족됐다. 할리우드의 작가이자 감독인 테니슨 스티드는 자기의 지인에게 G러닝을 이같이 소개했다. "G러닝은 말 그대로 가상 세계와 사회적 대중 매체를 실시간으로 교실 안에서 상호 작용하도록 통합시키면서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 혁명을 불어 넣었다. G러닝은 공교육이 무너지는 각국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심지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

지금까지 '코리안 웨이브(한류)'로 불리는 한국 콘텐츠가 미국 시장에 진입해 왔지만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G러닝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콘텐츠의 문화적 진입 장벽이 낮은 교육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다.

한국이 개발한 G러닝은 이미 일본에서도 도입해 4년째 시행되고 있다. 그간 해외의 지식을 수입에 의존해 왔던 한국도 이제는 세계로 수출할 때가 왔다.

위정현 < 중앙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