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진사퇴한 것은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잦은 말 바꾸기에 따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정타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된 말 바꾸기였다. 김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알게 된 시기를 2007년이라고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4일 청문회 현장에서도 "2007년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 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006년 가을 골프회동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10억원 선거자금 불법대출,복잡한 채무관계,불투명한 재산관리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못해 여론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말 바꾸기는 치명적 악재였다. 김 후보자를 엄호했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의 설명대로 "잘못된 기억에 의한 말 실수"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난 지난 27일 '결정타'가 터졌다. 김 후보자가 2006년 2월 박 전 회장과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고 여당 내에서도 '김태호 불가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주말을 거치며 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김 후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렸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회견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미묘한 소회를 남겨 주목된다. 마오쩌둥 어록에 나오는 '天要下雨, 娘要嫁人(천요하우,낭요가인)'를 인용한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이 한때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던 린바오가 쿠데타 모의 발각으로 소련으로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하늘에서 비를 내리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겠다고 하면 자식으로서 말릴 수 없다"는 뜻으로,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