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때아닌 인력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정기인사 시즌도 아닌데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증권사를 옮기는가 하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도 자문사로 옮겨가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이 지난달 하나대투증권에서 정보기술(IT)을 담당했던 이정 연구위원을 영입했다. 주이환 경제분석팀장(전 KB투자증권),곽진희 화학업종 연구원(전 HMC투자증권),곽민정 IT담당 연구원(전 하나대투증권)도 최근 유진투자증권에 합류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정 연구위원이 빠진 자리에 전성훈 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을 영입했고 현대증권에 근무하던 이창근 건설담당 연구원을 스카우트했다.

삼성증권에는 유통업종 남옥진 연구원(전 한국투자증권)과 투자전략 곽중보 연구원(전 하나대투증권)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증권맨들은 대부분 1년 장사가 끝나는 3월 결산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신규 또는 재계약을 맺는 만큼 새로운 결산기가 시작된 지 3~4개월밖에 안된 여름철에 증권사를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문사 창업 붐에 운용사 또는 증권사에서 자문사로 이동한 인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증권업계에서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2~3년에 한 번씩 재계약하지만 최근엔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문사로 향하는 펀드매니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각 운용사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공동 운용하는 이른바 '드림팀' 펀드인 'KTB스타셀렉션'에서 중소형주 운용을 책임졌던 인종익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은 이달 중순 자문사를 창업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 전 본부장이 7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자문사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증권에서 지주회사를 담당하던 정일구 연구위원도 이달 브레인투자자문으로 이동했다. 한 대형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창업을 하거나 인력을 늘리려는 자문사들이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돈이 빠져나가는 펀드보다는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자문사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강현우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