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국가인 쿠바가 외국인 투자 확대와 과일 · 채소 등에서 사유재산 거래를 허용하는 경제개혁을 전격 단행했다. 정부가 전면 통제해왔던 경제 분야에 시장경제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쿠바 관영지인 가제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유지를 최대 99년까지 임대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26,27일 이틀에 걸쳐 공포했다. 이 법안엔 국가 통제를 완화해 국민들이 과일 · 채소 등을 직접 키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이번 경제개혁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번 달 초 경제 부문에 대한 국가 통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 실시된 조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국유지 99년간 임대 조치에 따라 쿠바에 골프장,호텔 등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의 외국 관광회사들은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두 곳에 불과한 쿠바에 고급 골프장을 건설할 의향을 밝혀왔다. 앞서 쿠바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와 골프장 16곳을 조성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국유지 임대기간이 최대 50년으로 제한돼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위해선 임대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쿠바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임대기간 연장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안정성을 더 많이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관광업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영국 레저업체인 에센시아의 앤드루 맥도날드 회장은 "쿠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과일과 채소 등의 직접 재배 및 판매를 허용한 법안은 쿠바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쿠바에선 그동안 국가기관을 통해서만 농산물의 재배와 판매가 가능했으나 암거래 시장에선 정부 단속을 피해 공공연한 불법 거래가 이뤄졌다. AP통신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불법적으로 이뤄지던 거래를 합법화해 세수입을 늘리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이번 정부 개혁이 쿠바 경제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경제난을 타개하고 산업을 육성해 세수입을 늘리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카스트로 의장도 이달 초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자본주의 방식에 근거한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유재산제도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미국 · 쿠바 무역경제협회의 존 카불리츠 고문은 "이번 경제개혁이 쿠바 경제의 (전면 개방이라는) 수문(floodgate)을 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