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김정일 '성지순례' 대장정…귀국 예상깨고 북쪽 하얼빈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29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에 도착,김일성 주석의 혁명 유적지와 산업시설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얼빈은 김일성의 혁명동지로 김일성 찬가를 지은 김혁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며 김일성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기도 하다. 하얼빈은 또 김일성이 1964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회담한 곳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낮 하얼빈에 도착,성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항공기계공장과 하얼빈공대 등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혁의 유적지 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얼빈은 김일성과 인연이 깊은 도시로,빨치산 운동을 펼칠 거점으로 생각했었던 곳이라고 김일성 회고록에 적혀 있다.

하얼빈시에 사는 조선족 동포 김미경씨는 "높은 관리들이 와서 묵는 것으로 알려진 타이양다오(太陽島)의 별장 주변에 이날 오후 한때 교통이 통제되고 무장경찰들이 1m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하얼빈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린성에서 김일성의 모교를 방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적지를 돌아봤다는 것은 3남인 김정은에 대한 권력이양의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북의 푸둥개발이라고 불리는 쑹화강 북부지역 개발현장을 둘러보고 특히 싼장(三江)평원 등 대규모 농산물 집산지를 통한 북한의 식량난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난 지 각각 100주년과 7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해놓고,평양 대동강변 개발 등 평양 재건축 계획 등을 세워놓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5월엔 랴오닝성의 다롄과 톈진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엔 지린성의 창 · 지 · 투(창춘-지린-투먼) 개발지역과 헤이룽장성을 찾아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동북3성에 대한 시찰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옌지 투먼 훈춘지역을 거쳐 하얼빈으로 향했다는 소문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창춘을 떠나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옌지와 투먼 훈춘을 거쳐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얼빈역은 29일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통제에 이어 30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역을 통제할 방침이다. 29일 밤이나 30일 아침 일찍 김정일 일행이 하얼빈을 떠나는 시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행보는 예측할 수 없는 동선으로 이뤄졌다. 지난 28일 창춘을 떠난 뒤 약 24시간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리에 이동 중이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을 중심으로 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한 경계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