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4000억원이 나갈 만큼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초 나온 미소금융이 8개월 동안 고작 200억원이 채 못되는 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햇살론 출시일인 지난 7월26일부터 8월25일까지 대출 실적은 3982억원에 달했다. 대출을 받아간 저신용자의 숫자도 총 4만5962명이었다. 출시 첫날엔 39명의 신청자에게 3억1000만원이 대출됐다. 지난달 3일엔 처음으로 하루 대출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6일에는 하루 대출액이 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대출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일에는 하루 동안 311억원이 대출돼 300억원 고지도 넘어섰다.

취급 금융회사별로는 농협이 대출액의 4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새마을금고 31.9% △신협 19.0% △저축은행 5.2% 등의 순이었다. 자금 용도별로는 생계자금이 70.1%(2792억원)를 차지했고,운영자금은 29.8%(1188억원)였다. 창업자금은 0.1%(3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햇살론이 서민금융의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지만 사실 시중에는 햇살론 외에도 미소금융이나 희망홀씨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서민금융 상품이 대출조건이나 금리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상품을 골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햇살론 받으려면 어떻게

햇살론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거나 연 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농부 · 어부 등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인기업을 운영 중인 사람은 제외된다. 자영업자라도 유흥업 등 신용보증이 제한되는 업종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현재 금융회사 부채를 연체하고 있거나 3개월 이내에 10일 이상 연체한 사실이 4회 이상 있는 경우에도 햇살론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금융 당국은 앞으로 운영성과에 따라 대출 요건을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리는 금융회사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저축은행은 상한금리가 연 13.1%로 높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는 연 10.6%로 정해졌다. 정부와 제2금융권이 함께 조성한 2조원(앞으로 5년간)을 보증재원으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어서 보증수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이에 따라 금리와 별도로 대출잔액에 대해 연 0.85%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대출 한도는 자금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사업운영자금은 2000만원,창업자금은 5000만원,생계자금은 1000만원이 한도다. 신용등급이나 사업자등록 여부 등에 따라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사업운영자금과 창업자금의 경우 1년 거치 후 4년 이내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생계자금은 거치기간 없이 3년 또는 5년 동안 매달 원금을 분할상환하면 된다. 햇살론 대출 희망자는 저축은행이나 신협,새마을금고,농 · 수협(단위조합),산림조합 등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대출 및 보증 심사도 개별회사가 직접 실시한다. 따라서 같은 사람이라도 금융회사에 따라 심사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햇살론 마케팅 경쟁도 치열

햇살론이 인기를 끌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적지 않아 대출 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에서 불리한 저축은행들이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부림저축은행은 햇살론 고객이 대출금을 중도상환하거나 연체 없이 갚으면 이자로 낸 금액의 15%를 돌려주기로 했다. 하나로저축은행은 원리금을 연체하지 않으면 1년마다 대출금리를 1%포인트씩,새누리저축은행은 0.5%포인트씩 감면해준다.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은 연체이자를 아예 없앴다.

햇살론 고객 상담을 위해 야간창구 영업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국제 · 아산 저축은행은 오후 4시인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했고 솔로몬 · 경기솔로몬 · 한성 저축은행도 오후 8시까지로 늘렸다. 무등저축은행은 토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대출상담을 하고 있으며,HK저축은행은 주말인 토요일 오후 5시,일요일 오후 2시까지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소금융은 저금리가 최대 매력

미소금융은 연 4.5%란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창업자금이나 사업운영자금으로만 돈을 빌릴 수 있다. 고금리에서 갈아타는 대환대출은 불가능하다. 대출요건도 희망홀씨나 햇살론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대상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 재산이 일정 수준(대도시 1억3500만원,기타도시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창업할 때 전체 자금의 30%만큼은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미소금융을 취급하는 미소금융재단의 지역 지점은 8월 현재 63곳에 불과하다. 미소재단 측은 올해 말까지 총 100곳으로 늘려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희망홀씨 접근성에서 유리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희망홀씨는 대출 한도가 많지 않다. 햇살론은 창업자금 명목으로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에 비해 생계자금만 대출받을 수 있는 희망홀씨는 기껏해야 2000만원이 한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제까지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520만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들이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와 한도가 회사별로 제각각이다.

희망홀씨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9.9% 수준이다. 햇살론에 비해 저렴하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희망홀씨 대출을 해주는 16개 시중은행들의 전국 지점이 1만개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희망홀씨 대출 잔액은 이미 지난 5월 2조원을 돌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상품은 중복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햇살론 대출심사 강화될 듯

햇살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간편한 대출절차와 싼 이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지만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고소득층까지 햇살론을 대거 신청,당초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신용이 좋은 6~8등급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업 이용 비중이 큰 9~10등급 대출은 저조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저금리 대출로 인한 과잉 대출 등 도덕적 해이 발생과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햇살론을 취급하는 각 금융회사에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는 저신용자라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대출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또 도덕적 해이와 부실 발생 가능성과 관련,여신심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출희망자의 신용등급별,소득등급별로 햇살론 대출한도를 세분화하는 등 여신심사를 강화토록 해 부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는 햇살론 부실률이 지나치게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햇살론의 부작용들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