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32 · 여)는 넉넉한 가정환경은 아니지만 부모,오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아버지가 회사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면서 김씨 가족의 행복도 산산조각이 났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퇴직으로 줄어든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경비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오빠도 그만 교통사고를 냈다.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사용하게 됐고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카드 돌려막기 등으로 8개 카드사 채무 3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결국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김씨는 매일 빚독촉 전화에 시달렸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를 통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알게 됐다. 채무조정 결과 이자는 전액 감면됐으며 갚아야 할 원금도 2000여만원으로 줄었다. 상환기간도 8년으로 연장돼 매달 20여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개인채무자의 파산을 막고 경제적 회생을 돕기 위해 2002년 설립된 신복위는 금융채무가 과중해 상환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을 대상으로 채무감면,분할상환(최장 8년),상환유예,금리조정 등을 통해 채무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아울러 긴급자금 대출,신용관리 교육,취업알선까지 해 준다.

신용이 곧 돈인 사회에서 서민들은 자칫 채무 악순환에 빠질 경우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가 바로 신복위의 채무재조정 제도다.


◆3개월 이상 연체자 대상

신복위 채무재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연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은 프리(Pre) 워크아웃 대상,연체 3개월 이상은 개인 워크아웃 대상이다. 프리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경우 약정 이자율이 30% 인하된다. 예를 들어 연 20%의 이자율을 적용받던 사람이라면 금리가 연 14%로 낮아지게 된다. 상환기간도 담보가 없는 채무는 10년,담보가 있는 채무는 20년 동안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경우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되고 원금은 최대 절반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또 상환기간은 8년까지 연장되고,기존에 상환하고 있던 이자는 조정된 원금을 상환 완료할 경우 전액 면제된다.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1년 이내에서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인 워크아웃 대상인 채무자 빚이 5000만원(원금 4000만원,이자 1000만원)이라면 이자 1000만원은 전액 면제되고 원금 4000만원도 최대 절반까지 감면받아 남은 빚 2000만원을 최대 8년간 이자 없이 갚으면 된다.

개인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연체정보가 삭제되며 급여 압류도 해제된다. 대신 '신용회복 지원 중'이란 공공기록정보가 등록되는데 이 기록도 2년 이상 상환하면 삭제된다. 신복위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다음 날부터 채무자와 보증인에 대해 금융회사의 채무 독촉이 중단되며,채무 변제 중 남아 있는 채무를 전액 상환하는 경우 최대 10%까지 추가 감면도 받을 수 있다.

◆2002년부터 92만명 혜택

신복위 출범 이후 올 7월 말까지 채무 상담을 받은 사람은 347만3687명이고 이 중 92만2719명이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회복 과정을 거쳤거나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는 부채 문제로 고민하거나 신용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개인의 신용 상태를 체계적으로 진단해 개인별 수준에 맞는 채무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하는 '신용상담보고서' 무료 발급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개인의 소득과 재산 상황,신용등급과 채무변제 가능성,재무관리 역량 등을 감안해 자신의 신용 상태를 개선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견이 담긴다.

◆신용회복자에게 긴급 자금도 대출해줘

신복위에서는 '신용회복 지원 중'인 이들에게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생활안정자금 병원비 학자금 고금리차환자금 운영자금 시설개선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려준다. 성실하게 돈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돈을 써야 하는데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사채 등에 손을 뻗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을 받아 12개월 이상 성실하게 채무를 갚고 있는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최대 500만원이며 영세 자영업자 시설개선자금의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다. 대출금리는 연 2~4%다. 100만원을 빌릴 데가 없어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신복위 소액대출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성실한 채무상환 의지를 꺾지 않고 신용회복 완성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신복위 소액금융사업 실적은 대출인원 2만8100명,대출금액 852억7700만원에 이른다. 2007년 1168명이던 대출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엔 1만2257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대출금액도 같은 기간 34억6900만원에서 363억6600만원으로 급증했다. 소액대출은 채무재조정자가 빚을 완전히 갚아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개인 워크아웃의 중도 탈락률은 평균 30% 수준이지만 소액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탈락률은 0.5%로 매우 낮다. 신용회복을 통해 소액대출을 지원받은 사람들은 이미 신용불량으로 고통을 당해본 사람들이다. 즉 소액대출이지만 신용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연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금융 재원 바닥나…지원 절실

이처럼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재원은 충분치 못한 게 현실이다. 7개 시중은행이 기부한 140억원을 밑천 삼아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한 뒤 소액서민금융재단과 부산 · 광주 · 대전 ·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LH(한국토지주택공사),STX 등 기업으로부터 기부 또는 차입을 통해 746억원의 기금을 모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재원은 45억원에 불과하다. 매달 대출 수요가 40억~5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추가로 재원을 확보하거나 대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1개월 뒤에는 기금이 고갈될 우려도 있어 각계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용회복자 대상으로 취업도 알선

신복위는 신용회복지원 확정자 및 청소년 대학생 군장병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현금관리 부채관리 합리적인 소비생활 및 신용관리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소득이 없는 채무자를 위해 취업 알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올해부터 신복위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신용회복 확정자도 취업 취약계층으로 지정돼 '신규고용촉진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신규고용촉진 장려금이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취업알선 기관에 구직을 신청한 사람 중 구직 등록일로부터 일정 실업 기간(1~6개월)을 초과해 실업 상태에 있는 구직자가 최종 채용될 경우 해당 기업에 입사일로부터 1년간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센터 및 신복위 취업안내센터에 구직 등록한 후 미취업 상태로 3개월이 경과된 신용회복자로 지원금액은 고용 후 최초 6개월간은 월 60만원,이후 6개월 간은 월 30만원씩 지급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총 54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7월부터는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채용기업에 근로자 1인당 최대 270만원이 지원된다. 신규고용촉진장려금과 합치면 최대 연 810만원이다. 이 같은 다양한 고용보조금 정책으로 구직을 희망하는 신용회복자의 취업 활성화는 물론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복위의 채무재조정 및 취업상담은 전국 46개 본 · 지점에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위원회 홈페이지(www.ccrs.or.kr) 또는 신용회복상담센터(1600-5500)에 문의하면 된다.

강윤선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장 yskang@ccr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