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소기업의 높은 기술력은 정부 지원이 아닌 시장을 놓고 벌인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30일 한국경제 60년사 컨퍼런스가 열린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부 지원으로 중소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본의 중소기업은 지원과 보호가 아닌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문제가 있지만 그런 환경이 오히려 중소기업이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을 끊임없이 충족시켜가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중소기업이 탄생했다"며 "그렇게 성장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 중소기업 여건이 일본보다 불리하지만 경쟁을 통해 우수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은 지난 60년간 일본을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일본의 실패를 뒤따라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저출산 · 고령화와 국가부채 급증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우선순위가 성장이나 발전보다 복지와 분배 쪽으로 옮겨지는 것이 고령화 사회의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저출산이 계속되는 한 일본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미래의 세금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엔고 현상 억제를 위해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등 추가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