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 탄창은 바닥났다. 수류탄도 남은 게 없다. 대검을 꺼내들고 돌멩이를 던지는 수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29일 미 정부가 직면한 상황을 이렇게 압축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금융위기 직후 FRB가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1조4000억달러를 시중에 풀고 재무부도 8620억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지난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6%로 내려갔다. 지난 7월 실업률도 9.5%로 여전히 1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백병전을 맞은 것처럼 경기 부양책을 짜내느라 부심하고 있다. 당장 주택시장 부양조치를 내놓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재정정책은 부담이어서 통화완화 정책 위주의 '단발엔진'부양이 될 전망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등 장기증권을 추가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꺼내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최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디플레 위험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으나 경기가 심각하게 악화하면 장기증권 매입 방식의 부양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야당인 공화당은 추가 재정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를 강력히 반대한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올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에 사상 최대인 1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화당은 그러면서도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소득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에는 내년부터 감세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위 2%의 고소득층으로부터는 세금을 거두고 98%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감세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지출과 감세 연장 여부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경기 부양과 재정적자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고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제 회복과 재정적자 해소 중 하나는 걱정할 필요 없이 다른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면 이상적인 상황일 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계획하기보다 주요 타깃에 집중하는 부양 전략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숀 도노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지난달 주택판매 규모가 정부의 예상치보다 훨씬 악화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상환조건을 완화하고,실업자들이 긴급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에는 현재 30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법안이 계류돼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