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만도,현대위아 등 국내 차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수주 계약을 따내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은 일본 경쟁사가 엔고로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점유율을 높일 적기로 보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시장 납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 · 기아자동차 계열 부품업체인 현대위아는 30일 미국 GM으로 부터 약 3000억원 어치의 등속 조인트를 수주했다. 이 회사는 2016년까지 310만대 분량의 부품을 GM에 공급할 예정이다. 등속 조인트는 엔진과 변속기로 부터 나오는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장치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한국 차 부품에 대한 글로벌 메이커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국내 최대,글로벌 4위의 등속 조인트 생산업체로 GM에는 2006년부터 이 부품을 공급해 왔다.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GM의 브라질,우즈베키스탄 공장 등으로 제품 공급처를 넓히는 중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모비스도 2~3년 사이 해외 거래선이 크게 늘었다. 독일 BMW 등 글로벌 메이커들을 직접 찾아가 새로 개발한 부품을 소개하는 적극적인 해외영업에 나선 덕분이다.

2002년부터 모비스 부품을 사용해온 미국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20억달러어치의 섀시 모듈을 사갔다. 독일 BMW와는 8000만달러 상당의 후미등 공급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일 미쓰비시로부터 LED(발광다이오드) 전조등 등 조명 관련 부품 2억달러를 수주하며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준형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은 "현대모비스 부품을 써본 업체들이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완성차 메이커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인 결과,현대 · 기아차 납품 의존도가 50% 미만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를 비롯해 프랑스 푸조와 르노 등에 대한 납품 실적이 국내 물량 못지않다. 작년 수주금액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구체적인 거래처 이름과 물량을 밝히긴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해외 수주 물량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말 기준 수주 잔고가 향후 5년간 16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차 부품사들의 글로벌 납품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최근 발표한 '연간 매출액 기준 세계 100대 부품 업체' 중 12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19위보다 7계단 순위가 높아졌다. 만도도 같은 기간 73위에서 61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현대위아는 올해 처음으로 100위권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한국 부품이 품질은 높고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점이 해외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규모가 작은 1차 협력업체들이 해외 거래선을 뚫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