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로존 등 주요국이 양적 완화 등을 통해 경제정책의 방향을 일제히 다시 경기부양 쪽으로 틀고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라카와 일본은행 총재는 어제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초저금리(0.1%) 대출 규모를 종전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확대하고 대출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고 발표한 데 이어,일본 정부도 당초예정을 하루 앞당겨 어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앞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주말 미국 경기가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 장기 증권 매입 등 양적 완화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유로존 은행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 조치를 내년 초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불과 얼마전까지 주요국들이 출구전략 시점을 저울질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우리로서는 어느 때보다 고민스러운 상황 전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주된 트렌드가 유동성 추가 공급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까닭이다.

주요국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최근 급속히 대두되고 있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회복속도가 의외로 더딘데다, 일본은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각국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 재정정책보다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치중하는 움직임이다.

글로벌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차제에 우리도 경제운용의 틀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특히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검토,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물가상승 압력도 감안해야겠지만 2008년 하반기처럼 글로벌 추세와는 반대로 금리를 올렸다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내 서둘러 다시 내리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