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그룹 계열 동양상호저축은행의 주식 매각을 둘러싸고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과 업계 2위인 한국저축은행그룹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저축은행 계열 진흥 · 경기 · 영남저축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허 회장의 동양저축은행 주식을 수의계약을 통해 처분한 것에 대해 허 회장이 매각 절차와 가격 평가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최근 이들 3개 저축은행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식 매매계약 무효 청구소송을 냈다. 허 회장은 2008년 10월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그룹 유동성이 악화되자 자신이 보유한 동양저축은행 지분 100%(80만주)를 담보로 3개 저축은행으로부터 135억원을 대출 받았다. 1년 뒤 만기가 됐지만 허 회장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진흥저축은행 등은 연체가 발생하자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받은 허 회장의 지분에 대해 공매를 추진했지만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매번 유찰됐다.

이후 진흥저축은행은 다시 인수자 찾기에 들어가 올해 6월 수의계약 방식으로 천안에 있는 구두 제조업체인 신동해인터내쇼널 및 계열사인 안스코퍼레이션과 152억원에 동양저축은행 지분 100%를 매각키로 계약을 맺었다. 현재 신동해 측은 금융감독원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매각 절차의 하자와 헐값 매각 등을 이유로 서울남부지법에 매매 계약 금지 및 대주주 변경 승인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돼 다시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허 회장 측은 진흥저축은행이 공매가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지분을 처리한 데다 매각 진행 과정에서 담보 제공자에게 제대로 통지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동양저축은행의 작년말 기준 순자산 가치가 257억원에 이르는데도 100억원이나 적은 가격에 지분을 넘겼다며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진흥저축은행 측은 공개 매각 절차에서 매수자가 없어 이후 수의계약을 한 만큼 매각 절차에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진흥저축은행 관계자는 "허 회장과 동양저축은행은 실사보장 각서를 제출했는데도 수차례의 실사 요청을 거부해 가치평가를 하지 못했다"며 "단 한차례도 대출금 상환에 대한 의사표시도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금감원에도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변경 승인이 난 뒤 향후 본안 소송에서 판결이 뒤바뀌면 매매 계약이 무효가 돼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주주 변경 신청이 접수되면 3개월 내 결정을 해야 하는데 동양저축은행의 경우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점을 감안해 이미 한 차례 승인 신청을 미룬 상태"라며 "본안 소송 내용이 기각된 가처분 신청과 비슷한데다 지분 매각을 둘러싼 소송은 동양과 진흥의 문제인 만큼 금감원은 정상적으로 대주주 변경 심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