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총리직 인선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장관 후임 인선을 미룬 것은 총리 인선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정운찬 전 총리가 지난 11일 사퇴한 지 20일이 지나 후임 총리 인선이 늦어지면 국정 공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직은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으므로 적정 기준에 맞으며 내각을 잘 이끌어 갈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한 것은 총리 부재라는 과도기를 빨리 끝내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후임 인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 핵심기조인 '공정한 사회구현'을 최우선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런 인사 컨셉트를 정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다. 때문에 청와대는 도덕성 검증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권형,세대교체형보다는 강화된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안정형 후보가 발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군은 비교적 경력 및 주변 관리가 잘 되는것으로 평가받는 전직 관료나 법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재산이나 논문 검증 등에서 다소 취약했던 정치인과 학자 출신이더라도 이미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검증을 문제없이 통과한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런 기준에서 총리 후보로는 김황식 감사원장,이석연 전 법제처장,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도덕적 기준에서 큰 문제점이 없었고 각자의 분야에서 자질과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야당에서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에선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후보로 오르내린다. 집권 후반기 4대강 사업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지방행정 경험이 주요 덕목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이완구 전 충남지사,정우택 전 충북 지사 등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핵심 화두로 제시한 만큼 총리도 이런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고심도 크다. 국민의 눈높이에 완벽하게 맞는 인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인선의 두 기둥인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적임자를 찾더라도 쉽게 응할지 미지수다. 인사청문회에서 사생활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때마다 적임자라고 생각해 정중하게 제의했지만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아 후보직을 사양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