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해외 기업 중 중국 기업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들에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 국내 상장 중국 기업들의 설립 근거지인 홍콩과 케이맨군도의 상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기업에 합병 등 주식매수청구권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투자한 국내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영업 양수도 등 회사 존립에 관한 중대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사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대표적인 투자자 보호제도 중 하나로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에서도 명문화돼 있다. 상장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165조에서 매수청구권 부여를 외국 기업에 대해 예외로 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기업은 자국 상법에 따라 국내에서도 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 외에도 과거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과도하게 편의를 봐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 165조에선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일반공모 유상증자 등을 진행할 때도 국내 기준이 아닌 자국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톡옵션 부여 신고,이익소각 방법 등도 마찬가지다.
해외 기업은 국내 상장 후에도 자국법과 국내법이 배치될 경우 자국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논란 소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해외 기업 상장심사 과정에서 '정관 필수 기재 사항'을 마련,정관을 국내 기준에 맞추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국내 상장 해외 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해외 기업들은 국적에 따라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전혀 공시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달 상장 예정인 중국 태양광업체 성융광전에 대해 '법률 차이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증권신고서(투자 위험 요소)에 기재하라고 명령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관계자는 "과거 해외 기업 상장을 적극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며 "이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