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의 취지로 방영되고 있는 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세 쌍둥이 딸을 출산한 산모 이야기가 나왔다. 일란성 세 쌍둥이인데 그 산모는 정말 장하게도 자연분만으로 세 아이를 낳았다. 세 차례의 진통을 겪으며 차례로 아기를 낳는 그 여성을 보면서 정말 모성의 위대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리고 자연분만이 가능했던 그 분만 조건은 정말 축복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모든 쌍둥이 엄마들이 자연분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한 산모는 임신 32주째에 임신중독증 판정을 받으면서 급박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했다. 산모의 혈압이 너무 높아 더 이상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여아는 1.5kg, 남아는 2.2kg로 태어났는데 조산에다 미숙아였기 때문에 바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들어갔다. 아직 폐가 덜 성숙해 자가호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쌍둥이나 세쌍둥이, 그 이상의 아이를 임신한 다태 임신의 경우 자연분만을 할 것인가, 제왕절개를 할 것인가 고민하기 보다는 얼마나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하여 주수를 가능한 한 길게 채울 것인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쌍둥이 임신의 경우에는 37주, 세 쌍둥이 이상일 경우에는 35주를 채우면 출산을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기 하나를 임신하는 단태아 임신에 비해 다태아 임신에서는 각종 합병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서 다태아 임신은 그 자체가‘고위험 임신’이다. 따라서, 산모가 임신 기간 동안 각별히 주의하여 몸관리를 해야 하며 보통의 경우보다 더 자주 정기 검진을 실시하여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연적인 쌍둥이 임신에다 불임 치료가 증가하면서 다태아 임신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는 확률은 2백50명에 1명꼴이고, 세 쌍둥이는 5천명에 1명, 네 쌍둥이는 50만명에 1명 꼴이다. 단태아 출산의 경우에는 출생 시 체중이 2.5kg미만인 저체중아 출산 비율이 6%인데 비해, 쌍둥이 출산의 경우에는 53%, 세쌍둥이 출산의 경우에는 93%가 저체중아로 태어난다. 단태아의 8%가 조산(임신 37주 이하)으로 태어난 데 비해 쌍둥이는 53%, 세쌍둥이는 92%가 조산으로 태어난다. 쌍둥이는 기형아 발생빈도가 보통 아이보다 3배 이상 높다.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 기형아가 잘 생기는데 선천성 심장이상이 대부분이다. 선천성 심장 이상일 경우 3명 중 2명은 자라면서 자연 치유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태아 임신시에는 일반적으로 유산의 위험이 높고,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자궁내 발육제한,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양수과다 등으로 인한 조기 분만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많은 쌍둥이들이 저체중아, 조산아로 태어나는 것이다. 요즘은 의학기술의 발달로 저체중아, 조산아라 하더라도 건강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대한 임신 주수를 늘리고 산모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면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려면 임신 생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하루 3000kcal 정도의 균형잡힌 영양과 충분한 단백질, 철분을 섭취한다.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인해 음식 섭취가 어려워도 초반기 체중 증가가 아기들 영양 공급에 영향을 미치므로 임신 초기부터 잘 먹도록 한다. 단, 지나치게 단 것을 많이 먹고 체중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빈혈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분을 충분하게 섭취하고, 정기검진을 잘 받고 있어도 손발이 붓고 얼굴이 붓는 증상이 심하면 즉시 병원에 찾아가 소변검사와 혈압측정을 하는 것이 좋다. 쌍둥이 출산은 90% 정도가 제왕절개로 이루어진다. 역아인 경우이거나 태아의 위치가 좋지 않을때는 물론, 분만시에 아기가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에서, 첫 애가 나온 이후 자궁 경부가 닫힐 가능성이나 자궁 수축이 사라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데다, 다태아 아기 머리가 모두 아래에 있고, 순조롭게 진통이 진행되고 있다면 자연분만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글 /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