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서는 DTI 규제를 10~15%포인트 일괄 상향 조정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봤다. 그런데 막상 나온 대책은 이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정부가 장고 끝에 기대 이상의 '화끈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증시에서 건설 은행 철강 등의 업종이 큰 폭으로 오르며 이에 화답했다.

얼마 전만 해도 "당분간 집값 상승은 힘들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바닥론'이 어느덧 대세가 됐다. 일부 증시 전문가는 "하락세가 멈추고 나면 반등도 가능하다"며 벌써부터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18분 현재 증시에서는 8.29 부동산 대책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 은행 철강 등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건설주 중 수도권 주택비중이 높은 대형사인 대림산업(4.97%)과 GS건설(4.82%)이 5% 가까이 상승하고 있고, 은행주는 개인대출 비중이 큰 KB금융이 4% 가량 상승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3.41%) 하나금융지주(2.71%) 신한지주(2.66%) 등이 강세다.

포스코(1.96%) 현대제철(3.37%) 동국제강(3.49%) 등 철강주도 비교적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전일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내년 3월까지 폐지하는 등 파격적 수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건설주는 주택경기가 살아날 경우 단연 최대 수혜주이고, 은행과 철강은 부동산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은행은 부동산 여신이 주요 수입원이고, 철강사는 건설사에 상당한 물량을 납품하고 있어서다.

특히 건설사는 그간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이런 미분양 우려가 점차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동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경기권을 중심으로 신규 입주물량이 집중된다는 점은 부담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어 집값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부터 집값의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도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인해 단기적으론 아파트 매매 부진과 가격 하락 국면이 이어지다가 향후 6개월 이내에 매매가 늘어나고 매매가격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는 '규제완화 효과→매매 증가와 가격 상승→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소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선일 신함금융투자 연구원은 "DTI 규제를 풀면 수도권 주택시장이 그만큼 회복할 것이란 단순한 논리 적용도 가능하다"면서 건설업 전반에 매우 긍정적 대책이 나왔다고 호평했다.

은행주도 8.29 대책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은행주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대출성장률 위축이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건설업계에 활력이 돌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도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주도 봉형강(철근)의 최대 수요처인 건설업의 업황이 개선돼 저점을 찍고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는 평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