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궐련 혼합장치 자체 개발
냄새 안 섞여…새 시장 선점 나서
박창현 KT&G 브랜드실장(상무)은 31일 "맛과 향이 다른 '이종 담배'를 한 갑에 넣는 기술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관련 제품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라며 "현재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등 시제품 개발을 마친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종류의 담배를 한 갑에 넣는 것은 그동안 담배업계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던 세계적인 기술이다. 담뱃갑 안에서 각각의 맛과 향이 섞여 고유의 풍미를 잃기 때문이다. 제조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두 종류의 담배를 한 갑에 넣는 것은 어느 업체도 시도해보지 않은 기술이다. KT&G의 '레종 팝'이 최근 나온 담배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향이 섞이는 문제는 똑같은 담배 중 3개비에만 멘솔 액체가 담긴 캡슐을 필터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일본의 캡슐 전문업체가 만든 담배용 캡슐을 적용한 것이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이들 담배는 평소에는 일반 담배와 똑같은 맛과 향을 갖고 있지만,필터를 눌러 캡슐을 터뜨리면 액체가 필터에 퍼지면서 멘솔 담배로 바뀐다.
현재 국내에 선보인 캡슐 제품은 KT&G의 '레종 팝'과 BAT코리아의 '켄트 컨버터블즈'뿐이다. 다만 BAT는 한 갑에 담긴 20개비 모두에 캡슐을 넣은 반면,KT&G는 3개비만 캡슐로 만들었다. 박 실장은 "소비자 조사 결과 '멘솔은 어쩌다 한번씩 피우는 만큼 갑당 3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부분 캡슐을 터뜨리지 않고 일반 담배로 피우는 상황에서 20개비 모두에 캡슐을 넣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개비에 캡슐을 다 넣으면 제조원가가 30% 정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KT&G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이종 궐련 혼합 장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KT&G가 2년여에 걸쳐 개발한 이 장치를 이용하면 담배 제조 속도(기계 1개당 1분에 1만개비 생산)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두 종류 담배를 한 패키지에 담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이 혼합 장치를 활용해 타르 함량이 서로 다른 담배를 한 패키지에 담은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박 실장은 "캡슐을 담배에 적용하는 기술과 이종 궐련 혼합 장치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한 갑에 두 가지 맛'을 내는 담배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며 "과일 등 다양한 향을 지닌 '맛보기용 담배'를 한 갑에 1~2개비씩 넣은 이색 제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