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기요금, 또야?"

전업주부 김모씨(35)는 6만원이 훌쩍 넘는 이번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짜증이 솟았다. 생활비가 빠듯해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지난 한 달간 전기사용을 줄이려 노력했는데도 요금이 꼼짝달싹하지 않은 것.단순히 전자제품을 안 쓰는 데에만 집중하던 김씨는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전기요금 다이어트,대기전력을 줄여라

김씨가 발견한 첫 번째 전기요금 다이어트 방법은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다. 세탁기를 사용하기 위해 콘센트를 꽂아 놓고 있었다면 세탁기 전원이 꺼져 있더라도 전기선을 타고 전기 에너지가 공급되면서 '대기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때 소비되는 전기에너지를 '대기전력'이라고 부르는데,각 가정에서 쓰이는 상당한 에너지가 이 대기전력에 해당한다.

대기전력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콘센트를 뽑아 놓는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TV,세탁기,에어컨까지 모든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았다 꽂았다 하는 일은 번거롭다. 요즘은 대기전력을 확 줄인 전자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으니, 가전제품 교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기전력 사용량을 구매 전에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대기전력 제로' 컴퓨터의 등장

최근엔 컴퓨터와 프린터,모니터에 해당하는 주변기기까지 대기전력을 '제로'로 만드는 친환경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인 모뉴엘은 최근 세계 최초로 대기전력 제어 시스템을 내장한 친환경 PC인 '소나무(G100)'를 선보였다. 컴퓨터가 대기모드로 바뀌면 주변기기까지 절전모드로 바꿔 주는 시스템을 장착해 모뎀과 프린터,모니터,스피커까지 전원을 0W(와트)로 완전 차단해 준다.

본체 상단에 있는 나뭇잎 모양의 그린모드 버튼을 눌러도 주변기기의 콘센트를 뽑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데스크톱 PC 중 30%만 대기전력제어시스템이 탑재된 PC로 교체해도 시간당 ㎾기준 연간 5.9억?i의 전기에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데스크톱 PC(DM-C200)는 기존보다 대기전력을 41%나 줄였다. 슬립모드 기준으로 하면 49%나 전기에너지를 덜 쓴다. 회사 관계자는 "설계단계부터 저전력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효율 반도체 소자 채용 등으로 소비전력을 기존보다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대기전력 줄인 프린터도 속속 출시

녹색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도 전력소비량을 줄인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HP와 삼성전자는 출력을 하지 않는 '대기모드'일 때 전력소비량이 각각 1W,3.4W 미만인 레이저 프린터를 출시했다.

HP의 레이저젯 프린터(P1102)는 자동켜짐,자동종료 기술을 탑재해 프린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초 대기모드 기준 전력소비량이 3.4% 미만인 레이저 프린터 'ML-1665K'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특히 전원 버튼을 앞에 오게 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이 제품은 소프트 전원 버튼을 앞에 둬 사용하지 않을 때 수월하게 전원을 끌 수 있다"며 "전원을 껐을 때 전력소비량은 0.45W 미만"이라고 말했다.

캐논코리아와 후지제록스,한국엡손 또한 대기모드일 때 전력소비량이 각각 3W,5W,7W 미만인 레이저 프린터 혹은 복합기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친환경 노트북 한번 써볼까?

소니코리아는 올초 친환경 미니 노트북 바이오 W 시리즈의 에코 모델,바이오 W 민트 그린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전력사용량을 줄이기만한 데 머물지 않고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를 친환경 모델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 W 시리즈는 CD 및 DVD 조각을 재활용한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만들었다. 바이오 W 민트 그린 스페셜 에디션은 제품과 패키지를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으며,수익금의 일부를 소니의 환경 파트너인 WWF(세계자연보호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아수스는 지난 6월 세계 최초의 대나무 노트북 U6V의 후속 모델인 U33 '대나무(bamboo)' 노트북을 선보였다. 노트북의 주요 파트가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로 구성되어 있으며,대나무 상판을 위해 여러 단계의 수작업 공정을 거쳤다. 모니터와 노트북 제품에 수은 배제 기술을 적용한 초절전 제품들을 선보였다. 아수스의 울트라 슬림 디자인 시리즈 LED 모니터는 일반 LCD 모니터와 비교해 최대 45%의 절전율을 자랑한다.

도시바도 최근 에코 모드를 적용해 전력사용을 줄이고 배터리 사용시간은 늘린 친환경 노트북 새틀라이트(L640, L650)를 내놨다. 파나소닉코리아도 잔고장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코 노트북'을 선보였다.

◆그린 정보기술(IT) 절전시스템 '파워매니저'

다원디엔에스는 사무실과 가정에서 소비전력을 측정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그린IT 절전시스템 '파워매니저'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대기전력 차단기술로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해 준다. 전자제품의 실제 소비전력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정격용량 이상 사용하면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얼마만큼 전기를 사용하는지 시간별로 측정해 전기 사용량을 돈으로 환산해 알려 준다. 이 회사의 여운남 사장은 "파워매니저는 녹색성장 및 에너지 절감에 적합한 최첨단 절전시스템"이라며 "관공서와 사무실,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