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현 LG CNS 경영관리부문장(상무)은 최근 특이한 방식으로 점심식사를 같이할 사람을 모았다. 예 상무는 사내용 트위터 '비즈 트윗(Biz Tweet)'을 통해 그를 '팔로잉(following)'하는 직원들에게 "오늘 점심을 같이할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직원들은 "시간 되시는 분 예 상무님에게 '멘션(mention · 특정인을 지정해서 보내는 메시지)' 보내도 좋을 듯" 등의 말을 덧붙여 '리트윗(retweet · 다른 이의 메시지를 복사해 전달하는 행위)'했다. 메시지는 순식간에 직원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덕분에 예 상무의 점심 '번개' 모임은 성황을 이뤘다. 예 상무는 "예상 외로 호응이 좋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트위터의 위력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를 기업 내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는 곳이 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 트위터와 유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업체는 LG CNS를 비롯해 SK㈜,SK에너지,SK C&C,SK루브리컨츠 등 SK그룹 16개 계열사와 KT 등이다. 신세계,㈜두산,S&T대우 등은 기업용 트위터 서비스인 '야머'를 활용하고 있다.

◆개발 아이디어 · 후원 요청 등 정보 공유

LG CNS는 지난 7월 사내 SNS 비즈 트윗을 구축하고 한 달간 시험 운용을 거쳐 전 임직원이 이용토록 하고 있다. 시험 운용에 참여한 임직원은 1000여명.7000여명의 전체 직원 가운데 7분의 1이 참여했다. 비즈 트윗은 화면 구성이나 서비스 내용이 트위터와 흡사하다. 사내 인물을 팔로잉하고,그 사람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메시지를 따로 묶어서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리스트(list)'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사내 동호회나 관심사를 카테고리로 묶어 볼 수 있도록 하는 '해시 태그' 기능도 탑재했다. 사내 게시판이나 블로그에서 바로 해당 임직원을 팔로잉할 수 있게 해 기존 서비스와 연계를 강화했다.

현재 비즈 트윗에는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시험 운용 기간 동안 올라온 메시지는 하루 평균 700여건 정도였다. 회사 관계자는 "시험 운용 기간이 휴가철이었고 도입 초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하루 1000건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험 운용기간 동안 사회공헌 부서에서는 아동양육시설 '남산원'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관련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비즈 트윗에 올려 임직원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개발 담당 직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달라거나 개발 중인 시스템의 테스트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즉석 카풀이나 점심 · 저녁 모임 제안도 자주 올라오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의 윤경훈 상무는 "비즈 트윗은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사내 게시판과 메신저에서 보기 힘들었던 메시지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LG CNS는 하반기 중 사내 모바일 오피스인 'EMS(Enterprise Mobile System)'에 비즈 트윗을 탑재,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해외법인으로도 서비스 대상을 넓혀갈 예정이다.


◆사내 트위터 도입 증가세

SK그룹은 지난달 13일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사내 인트라넷을 하나로 통합한 그룹 포털 '톡톡(toktok)'을 개통하면서 사내 트위터인 '틱톡(tiktok)'을 도입했다. 틱톡은 기존 트위터처럼 팔로어를 맺고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SK그룹의 모바일오피스와 연동돼 스마트폰에서도 접근 가능하다. 최태원 회장은 임원 전용 트위터 프로그램을 통해 600여 임원들과 경영 현안에 대한 정보를 나누게 된다. 최 회장은 "계열사 간,계층 간 벽을 깨고 스피드 있고 깊이있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사업의 성과와 임직원들의 행복을 동시에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6월 사내용 트위터 '케이트윗(kTwit)'을 오픈했다. 회사 관계자는 "메일링 시스템과 다른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업무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담당자를 모르거나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케이트윗을 이용해 다른 직원들이 보고 바로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등 유용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별도의 SNS를 구축하지 않고 기업용 SNS 서비스 '야머'를 이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야머는 트위터와 달리 사용자가 미리 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룹을 설정할 수 있어 기업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산은 지난해부터 200여명의 임직원이 야머에 가입해 활발히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두산으로 등록된 그룹에 올라오는 메시지는 하루 평균 40여개 정도다. 박용만 회장이 앞장서 자신의 근황이나 경영 관련 사항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 직원들도 올해 초 야머에 대거 가입했다.

S&T대우는 지난 7월부터 사무 · 관리 · 연구직 사원 및 현장관리자 120여명을 중심으로 야머를 통한 소통에 힘쓰고 있다. S&T대우 관계자는 "부산 본사,서울 인천 군산 양산 등 전국에 흩어진 공장 들을 비롯해 중국 미국 폴란드 등 해외 법인까지 직원들이 빠르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